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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나디 골로프킨의 허와 실 下 - GGG vs. 브룩


3. 카넬로 vs. 칸, 그리고 골로프킨 vs. 브룩 -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



게나디 골로프킨, 2016년 2월 인터뷰 - "(카넬로 vs. 칸은) 복싱계와 팬들을 기만하는 경기다. 두 체급이나 아래의 선수인 칸과 경기를 하다니? 존중이라고는 전혀 없는 경기다. 이건 단지 돈벌이를 위한 경기(a business fight)일 뿐이다."



게나디 골로프킨, 2016년 4월 인터뷰 - "켈 브룩? 그는 너무 작은 선수다. 나는 미들급에만 집중하고 있다. 내 목표는 미들급에서 모든 타이틀을 통합하는 것이다. 켈 브룩 같은 선수들은 그냥 트래쉬 토크를 하는 것 뿐이다."



게나디 골로프킨, 2016년 7월 켈 브룩과의 경기 발표에서 - "영국 복싱 팬들 앞에서 켈 브룩을 상대로 또다른 '대형 드라마 쇼(big drama show)'를 선사할 수 있어서 대단히 기쁩니다."




게나디 골로프킨, 2016년 7월 ESPN 데포르테스 인터뷰에서 - "브룩은 체격이 크고 힘 센 선수다. 브룩을 실제로 봤는데 아미르 칸보다 훨씬 크고 세 보였다."



로버트 가르시아(복싱 트레이너) - "켈 브룩은 웰터급으로 한정해도 최고의 선수라고 단언하기 어려워. 하지만 골로프킨은 미들급을 넘어서 복싱계 전체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잖아. 바로 그 점 때문에 내가 이 경기를 미스매치라고 보는 거야. 그렇지만 어쨌든 이건 비즈니스(it's a business)야. 켈 브룩은 월장해서 패한다 해도 다시 웰터급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챔피언이잖아. 게다가 골로프킨은 영국에서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지. 그러니 내 입장에서는 양 선수들을 탓하기 좀 그래."






4. 골로프킨 vs. 브룩은 명분 있는 경기인가



터무니없는 미스매치인 골로프킨 vs. 브룩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양 측은 황급히 수습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브룩의 상대 측인 골로프킨 측 사람들이 되려 브룩을 응원하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연출되기 시작했다.


아벨 산체스 - "내 생각에 켈 브룩은 웰터급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이 경기는 레이 레너드 vs.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에 비유할 만 하다. 물론 브룩이 레너드라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다들 해글러가 레너드를 박살낼 거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보라."


"내 생각에는 켈 브룩이 크리스 유뱅크보다 더 어려운 상대다. 브룩은 무패의 세계 챔피언이고 칸이 카넬로에게 당한 것처럼 KO패를 당한 적도 없다."


"레이 레너드, 티토 트리니다드, 오스카 델 라 호야 같은 선수들이 미들급에 도전한 것이 터무니없는 실수였나? 켈 브룩은 IBF 웰터급 챔피언이고, 웰터급 최고의 선수라고 할 만 하다. 왜 다른 선수들이 월장해서 성공한 전례를 다들 잊어버린 건가."


톰 로플러 - "런던에서 만난 켈 브룩의 체중은 180파운드 정도였을 것이다. 브룩은 자신이 147파운드 한계체중을 맞추기 위해 너무 많은 감량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더 힘이 불어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브룩은 경기 당일 체중이 골로프킨보다도 더 무거울 것이다. 큰 웰터급 선수와 작은 미들급 선수의 대결이다."


게나디 골로프킨 - "내가 약간 유리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50대 50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파퀴아오 vs. 델 라 호야, 파퀴아오 vs. 마가리토 같은 경기들이 떠올랐다. 파퀴아오는 그들보다 더 힘 세고, 더 빠르고, 더 에너지 넘치지 않았는가."


"켈 브룩과의 경기는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시험 무대다. 켈은 나를 상대하기 위해 미들급으로 올라왔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선수들이 떠오른다. 슈거 레이 로빈슨, 슈거 레이 레너드, 안토니오 마가리토, 오스카 델 라 호야…이 모든 선수들은 자기보다 작은 상대의 스피드와 타이밍, 파워 앞에 고전했다. (…) 이 경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다."


이름을 가리고 읽으면 이게 브룩 측의 사람들이 한 말인지, 골로프킨 측 사람들이 한 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역설적이지만, 골로프킨 쪽 사람들이 되려 켈 브룩에게도 승산이 있다며 치켜세우는 이 황당무계한 상황이야말로 골로프킨 vs. 브룩이 터무니없는 미스매치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마블러스 마빈 해글러가 로베르토 두란, 토마스 헌즈, 슈거 레이 레너드를 미들급에서 상대한 경기들이나 버나드 홉킨스가 오스카 델 라 호야, 티토 트리니다드를 미들급에서 상대한 경기들은 당대 최고의 웰터급 선수와 당대 최고의 미들급 챔피언이 맞붙는, 복싱계 전체가 원하는 체급간 슈퍼파이트였다.


켈 브룩은 좋은 챔피언이지만, 그가 당시의 두란, 헌즈, 레너드, 델 라 호야, 트리니다드 같은 선수들과 비교할 만한 수준일까? 골로프킨 vs. 브룩을 복싱계 전체가 원하는 슈퍼파이트라고 할 수 있을까? 골로프킨 vs. 브룩을 위의 경기들에 비교하는 것은 그저 넌센스에 불과하다.


해글러 vs. 두란, 헌즈, 레너드의 배당률은? 각각 4-1, 6-5, 3-1 해글러 우세.


홉킨스 vs. 트리니다드의 배당률은? 아래 체급에서 올라온 트리니다드가 오히려 3-1 우세.


홉킨스 vs. 델 라 호야의 배당률은? 홉킨스의 2-1 우세.


골로프킨 vs. 브룩의 현재 배당률은? 베팅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0-1~7-1로 골로프킨의 압도적 우세.


심지어 성사 당시 서커스 쇼에 불과하다며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카넬로 vs. 칸의 초기 배당률도 5-1 수준.


첨언하자면, 위에서 언급한 경기들은 해글러 vs. 레너드를 제외하면 모두 계약체중에서 치러졌거나(홉킨스 vs. 델 라 호야 158파운드 계약체중, 카넬로 vs. 칸 155파운드 계약체중), 월장하는 선수가 미들급 경기를 하기 전에 웰터급과 미들급 사이의 슈퍼웰터급을 거쳤거나(두란, 헌즈), 이미 미들급으로 월장한 이후에 치러진 경우(트리니다드)였다.


그러나 켈 브룩은 중간에 슈퍼웰터급을 거치지도 않고, 계약체중도 설정하지 않은 채 단숨에 두 체급을 건너뛰어서 미들급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






골로프킨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골로프킨과 브룩의 경기가 발표되면서 골로프킨에 대한 여론은 계속해서 악화되는 중.


저명한 복싱 저널리스트 클리프 롤드는 본래 골로프킨에게 우호적이었고 계약체중을 요구하며 골로프킨과의 경기를 미루는 카넬로 측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해 온 인물이지만, 골로프킨 vs. 브룩이 발표된 후 골로프킨에게 카넬로를 고집하는 대신 위험을 감수하고 월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


클리프 롤드 - "켈 브룩은 골로프킨과 싸우기 위해 계약체중 없이 두 체급을 월장했는데, 골로프킨도 코발레프 vs. 워드의 승자를 상대로 똑같은 일을 할 수는 없나? 딕 타이거는 웰터급 챔피언 에밀 그리피스에게 패해서 미들급 타이틀을 잃은 후 즉시 라이트헤비급으로 월장해서 호세 토레스를 상대로 챔피언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골로프킨이 9월에 상대할 웰터급 선수(브룩)는 그리피스 정도의 선수가 아니다. 골로프킨은 쉽게 승리를 챙길 것이다."


롤드 외에도 골로프킨 vs. 브룩이 미스매치임을 지적하는 업계 인사들과, 골로프킨에게 월장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기자들은 여럿 있다.


대니얼 아티아스 - "골로프킨이 미들급에서 상대해주는 선수가 없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골로프킨에게는 웰터급 선수를 고르는 대신 168파운드로 월장해서 새롭게 도전한다는 선택지도 있었다.""


제라도 그라나도스 - "미들급의 다른 챔피언들이 골로프킨을 피한다고는 해도, 골로프킨이 가진 타이틀을 원하는 미들급의 도전자들이 여럿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들 중 누군가에게 큰 돈을 벌 기회를 주는 것은 어땠을까?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싸우는 프로 선수들이 아닌가? 소위 말하는 빅 네임 선수들만이 큰 돈을 벌 자격이 있는 건가? … 골로프킨이 두 체급을 올려서 세르게이 코발레프나 아도니스 스티븐슨을 상대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는가? 어쨌든 골로프킨은 웰터급 선수인 브룩을 미들급으로 불러 냈다. 그렇다면 골로프킨도 가까운 미래에 브룩과 같은 결정을 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 팬들에게는 이런 미스매치를 관람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한 번은 속아줄지 몰라도 두 번이나 속지는 않을 것이다."


힐베르토 라미레스 - "골로프킨은 카넬로가 웰터급 선수를 상대한 것을 두고 크게 비판했지만 이제 그도 똑같은 짓을 하려 든다. 전혀 말이 안 된다. 복싱이 비즈니스라는 점은 나도 인정하지만, 나는 복싱계의 모든 선수들이 자기 체급 혹은 바로 근처의 체급에 있는 선수들만 상대해야 한다고 믿는다."


레녹스 루이스 - "켈 브룩이 굳이 두 체급이나 올려야 할 필요는 없었다. 브룩은 뛰어난 선수고 다른 선택지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제 두 체급이나 올려서 미들급의 최강자로 평가받는 선수를 상대하게 됐다. 이런 경기는 하고 나서 '내가 굳이 이런 경기를 해야만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어쨌든 브룩은 자신있는 모양이고, 자신이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니 일단 지켜봐야지."  


로버트 가르시아 - "켈 브룩은 웰터급으로 한정해도 최고의 선수라고 단언하기 어려워. 하지만 골로프킨은 미들급을 넘어서 복싱계 전체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잖아. 바로 그 점 때문에 내가 이 경기를 미스매치라고 보는 거야. 하지만 어쨌든 이건 돈벌이가 되는 경기지(It's a business)."


프레디 로치 - "아미르 칸은 카넬로 알바레스를 상대했다가 KO당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브룩도 골로프킨에 비해 너무 작은 선수다. 켈 브룩이 게나디 골로프킨을 이길 가능성은 없다."


노니토 도나이레 - "굉장히 힘든 경기야. 피지컬을 놓고 본다면 골로프킨 vs. 브룩은 미스매치야. 물론 브룩이 (크로포드 vs. 포스톨 경기에서) 크로포드가 한 것처럼 할 수 있다면 골로프킨에게도 쉽지는 않겠지. 그렇지만 가능성은 별로 없어. 골로프킨은 브룩의 펀치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돌진할 수 있잖아. 이건 완전히 미스매치야.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기적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건 미스매치가 맞아."


카넬로가 WBC 미들급 타이틀을 포기하고 154파운드로 다시 내려간 시점에서 골로프킨이 카넬로를 상대할 직접적인 명분은 사라진 상태. 최근 들어 아벨 산체스는 월장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지 '언젠가는 월장할 것이다'라는 말을 미디어에 조금씩 흘리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골로프킨 본인은 미들급 타이틀을 통합하기 전까지 168파운드로 월장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


게나디 골로프킨 - "내 목표는 모든 타이틀을 다 수집하려는 것이다.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할 것이다. 내가 몸담은 미들급에는 좋은 챔피언, 좋은 선수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내 꿈과 목표는 이 체급에서 가능한 한 모든 타이틀을 다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골로프킨은 올해로 34세이고, 미들급의 다른 챔피언과의 경기는 여전히 요원하며, 카넬로와의 빅 매치가 언제 성사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과연 아벨 산체스가 말하는 '언젠가'는 언제가 될까.





34세의 골로프킨은 프로에서 40전 가까이 치르는 동안 실력에 걸맞는 상대를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나마 가장 나은 축에 드는 선수는 루비오에게도 KO당한 데이빗 르뮤, 그리고 코토에게도 KO당한 대니얼 길 정도가 전부다. 그리고 골로프킨은 두 체급 아래의 켈 브룩을 상대로 또 한번 무의미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과연 '다른 선수들이 모두 겁쟁이라서 골로프킨을 피하기 때문이다!'라는 이유만으로 설명 가능할까.


북미 시장에 진출한 이후의 골로프킨은 상업적으로 나름 성공을 거두고 나쁘지 않은 위치에 올랐다. 그런 골로프킨에게는 여기서 설명한 워드나 라라 외에도 조금만 리스크를 감수한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로프킨은 카넬로나 코토, 프로치나 차베스 주니어 같은 캐쉬 카우에게만 과도하게 집착해서 다른 선택지를 모두 외면했고, 겉으로 드러난 자신의 이미지와 실상의 간극을 '다른 놈들이 모두 겁쟁이라서 그렇다!'라는 식의 언론 플레이로 때우려 했다. 그 결과는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나타났다.


이번 골로프킨 vs. 브룩 미스매치로 골로프킨 측에서도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지금도 적잖이 늦은 상태다.





바실리 로마첸코, 니콜라스 월터스 협상이 무산되자 슈퍼페더급으로 월장해서 해당 체급의 챔피언 록키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KO승.


안드레 워드, 골로프킨 협상이 무산되자 라이트헤비급으로 월장해서 해당 체급의 최강자 세르게이 코발레프를 상대할 예정.


로만 곤살레스, 3체급 제패 후 네 번째 체급인 슈퍼플라이급 월장 첫 경기에서 해당 체급의 최강자 카를로스 쿠아드라스를 상대할 예정.


동시대 선수들이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지금, 34세의 골로프킨은? 카넬로 알바레스가 WBC 미들급 타이틀을 포기하고 154파운드 체급으로 내려가자 147파운드 웰터급 선수 켈 브룩을 미들급에서 상대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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