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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워드가 무하마드 알리에게 보내는 추모의 메세지.




"막 복싱을 배우기 시작하던 아홉 살 무렵에 저는 처음으로 당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듣던 당신의 이야기는 전부 저의 아버지 프랭크 워드를 통한 것이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제가 자라나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죠.


저의 아버지는 백인이었지만 당신이 인종 분리 정책, 인종차별에 맞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고, 무슬림 신앙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아버지는 무슬림이 아니라 크리스찬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도 당신은 제 아버지에게 많은 면에서 감동을 주고 영향을 주셨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복싱을 했고 헤비급에서 15전 전승의 기록을 남기셨습니다. 마치 당신이 하던 것처럼 링 위에서 춤을 추셨죠. 당신을 따라 빨간 줄이 그어진 흰색 아디다스 복싱화를 신으셨고요. 심지어 아버지는 당신에 대한 경애의 감정을 담아 아들인 저에게도 복싱을 가르치셨습니다.




저는 당신의 경기가 담긴 VHS를 끊임없이 돌려봤습니다. 당신이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알리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죠. 당신이 오하이오 강에 금메달을 던져버렸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역주 - 해당 일화는 알리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음), 그 이야기가 정말 사실이라면 어떨까, 하고 자문하기도 했죠. 제가 감히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당신이 소니 리스튼 1차전에서 승리한 경기를 본 기억도 납니다. 그 당시에는 그 누구도 당신이 리스튼을 이길 거라고 생각해지 못했다면서요. 오직 알리, 당신만 제외하고 말이죠. 과연 당신은 리스튼을 이길 수 있다고 정말 믿었을까요, 아니면 그런 도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모했던 걸까요.


그 경기는 당신이 조 프레이저와 맞닥뜨렸던 대결들, 특히 마닐라에서 있었던 3차전만큼이나 저에게 큰 감명을 줬습니다. 마닐라에서의 승부는 '살면서 가장 생명이 위험했다고 느낀 순간'이라고 직접 말씀하셨죠? 만약 제가 그런 복싱 링에서 싸워야 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제 경력에서 중대한 경기와 큰 도전을 맞닥뜨릴 때마다 당신의 이러한 순간들, 그리고 그때마다 당신이 보여준 의지와 자신감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뭐라 하든, 당신께서는 지금까지도 그러셨듯이 앞으로도 저에게 있어서 용기와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어떻게 당신이 1974년 아프리카의 자이레에서 그 조지 포먼을 이길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당신의 승리에 대해 비관적이었죠. 당신이 너무 늙었고 한물 갔기 때문에 전성기를 맞이한 젊은 파워 펀쳐 조지 포먼을 감당할 길이 전혀 없을 거라면서 말이죠.


우선 당신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첫 승리를 거뒀습니다. 다음에는 링 위에서 포먼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그 순간 하늘이 열리며 비가 쏟아졌죠. 그리고 당신은 다시 한 번 헤비급의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10년도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저는 앞으로도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저는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만나뵙지 못했죠. 어쩌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달린 파킨슨병으로 고통받는 당신의 모습을 차마 직접 볼 수 없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가끔 당신이 혹시나 저에 대해 알고 계실지, 들어는 보셨을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제 이름이나 제가 복싱 링 위에서 이루어낸 무언가가 저의 우상인 당신의 마음에 와닿은 적이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당신이 저와 저의 커리어, 그리고 복싱계와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당신께서는 당신의 삶과 커리어에서 위대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정말로 가장 위대한 존재(The Greatest)가 되셨죠!


당신이 링 안팎에서 이룬 위대함이야말로 저와 같은 운동선수들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흘린 땀의 결실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다른 이들에게도 축복을 나눠주고,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우리의 시간, 재능, 그리고 자산을 세상에 전해주는 것처럼 말이죠.


만인의 모범이 되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저를 비롯하여 당신의 뒤를 좇아 왔고, 앞으로도 당신을 목표로 삼을 수많은 운동 선수들을 위해 길을 닦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안드레 워드 올림."






안드레 워드가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무하마드 알리에게 보내는 추모의 편지. 워드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복싱 남성부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따낸 알리가 그랬듯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로 출전하여 남성부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목에 건 인물입니다.


알리가 세상을 떠난 이후 각계각층에서 추모의 메세지를 보냈지만 그 중에서도 이 편지가 가장 가슴에 와닿았고, 알리가 후대에 어떤 영향을 줬으며, 어떤 방식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는지 가장 잘 설명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번역해서 소개해봅니다. 


몇 시간 후면 알리의 고향인 켄터키 루이빌에서 알리의 운구 행렬이 장지로 향할 것이라고 합니다. 복싱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수많은 인사들이 추모를 위해 운집했고, 그의 헤비급 후배 복서 레녹스 루이스와 마이크 타이슨이 관을 메는 데 동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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