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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다니엘슨은 ECWA라는 단체가 주최하는 Super 8 Tournament 에 참가하여 본인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게 되었다. 현시점에선 여러 토너먼트가 늘어나는 바람에 그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지만, ECWA의 슈퍼 8 토너먼트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인디계의 역사 깊은 토너먼트 중 하나이다. (역대 참가자 및 우승자 목록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ECWA_Super_8_Tournament)


브라이언 다니엘슨과 브라이언 켄드릭이 슈퍼 8 토너먼트에 참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하스 형제의 도움이 컸다. 다니엘슨과 켄드릭이 멤피스에서 경기를 가지는 모습을 보자 하스 형제가 ECWA의 프로모터인 Jim Kettner 에게 직접 추천하게 된 것이었다.

당시 ECWA를 운영하고 있던 Jim Kettner 는 뉴저지주에 위치한 Delaware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 레슬링 프로모터 중 하나였는데, WWE와 수련생 계약을 맺었던 찰리 하스와 故 러스 하스 형제가 Jim Kettner와 친분이 두터웠다. 하스 형제는 뉴저지주를 기반으로 둔 JAPW를 비롯해 위에서 언급한 ECWA [각주:1], CZW 등에서 태그팀으로 활동한 뒤 수련생 계약을 통해 WWE로 진출했다. [각주:2] 그러나 안타깝게도 찰리 하스의 동생인 러스 하스는 2001년 12월 15일에 수면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이후 찰리 하스는 2003년에 팀 앵글의 일원으로 WWE 메인 로스터에 공식 데뷔하기 전까지 WWE의 산하 단체에서 계속 머물러 활동했다.

ECWA는 WWE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음에도 불구, 브라이언 다니엘슨과 브라이언 켄드릭을 무사히 슈퍼 8 토너먼트에 참전시킬 수 있었는데, 이는 Jim Kettner 가 WWE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WWE가 Delaware 지역에서 대회를 개최할때면 Jim Kettner 가 홍보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Jim Kettner는 다니엘슨을 데려가면서 WWE 측에다가 다니엘슨의 진면목이 드러날 수 있는 경기에 꽂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첫 라운드에서 브라이언 켄드릭을, 두 번째 라운드에서 Reckless Youth 를 상대한 다니엘슨은 결승전에서 로우 키를 만났다. 비록 다니엘슨은 결승전에서 로우 키에게 패했지만, 얼마 안 가 2001년 슈퍼 8 토너먼트는 Pro Wrestling Illustrated 잡지에서도 소개가 되어 다니엘슨과 로우 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다니엘슨의 상대였던 로우 키는 2000년도와 2001년에 WWE의 다크 매치에 종종 참전하곤 했는데, 2002년 7월에 가진 한 인터뷰에서 로우 키는 당시 WWE에 참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단순히 ECWA 슈퍼 8 토너먼트로부터 나온 눈덩이 효과였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브라이언 다니엘슨은 훗날 WWE에서 방출된 직후 가진 한 인터뷰를 통해 ECWA 가 주최한 슈퍼 8 토너먼트에 참가한 것을 회상했다. 자신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모든 공을 프로모터였던 Jim Kettner 에게 돌리는 등, 다니엘슨의 겸손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브라이언 다니엘슨: 슈퍼 8 토너먼트는 아마 제 레슬링 커리어에서 가장 멋졌던 밤이었을 거에요. 팬들도 정말 환상적이었고,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세 선수와 함께할 수 있었죠. 하스 형제들은 제게 아마 토너먼트 도중에 로우 키와 맞붙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는데, 전 그 소식을 듣고 정말 흥분했었어요. 로우 키와 저는 적응 기간도 필요 없이 바로 호흡이 잘 맞았어요. 그 덕에 저희의 경기에 팬들이 몰입을 할 수 있었죠. 아마 저나 로우 키 둘 다 슈퍼 8 토너먼트 결승전이 기억에 남을 수 있길 원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토너먼트에서 저를 그 자리에 꽂아주신 Jim Kettner 씨에게 너무 감사해요. 그분 덕에 제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죠. 전 사실 그 날 제가 보여줬던 만큼 뛰어난 선수가 전혀 아니에요. 하지만 Jim Kettner 씨 덕분에 스타처럼 보일 수 있었죠. 만약 제가 슈퍼 8 토너먼트에 참전하지 못했더라면, 지금 제가 ECCW에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토니 코지나도 만나지 못했을 거에요. - 2001년, WWE에서 방출된 직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토너먼트의 결승전이 끝난 후, 서로를 인정해주는 모습.




다니엘슨이 몸담고 있던 MCW는 WWE의 산하단체였던 만큼 로스터 및 코치의 변화가 잦았다. 리걸처럼 코치를 맡고 있었음에도 도중에 다시 메인 로스터로 콜업이 되는 경우가 있었든가 하면, 메인 로스터에서 다시 산하 단체로 내려가 기량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Mean Street Posse 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쉐인 맥마흔과 함께 엮이는 스토리 라인에 가담했음에도 불구, Joey Abs 를 제외하면 Pete Gas 나 Rodney 의 기량은 그리 뛰어나다고 판단한 탓인지 MCW에서 훈련을 받았다.

위와는 반대로 메인 로스터 진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수련생들도 있었다. 다니엘슨을 비롯해 숀 마이클스의 제자들을 포함하여 조이 매튜스, 크리스쳔 요크, 찰리 하스, 故 러스 하스, 로지, 故 자말, R-트루스, 몰리 할리 등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같은 수련생 출신이라고 해도 모두가 평등한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링을 설치하고 다시 해체하는 작업은 다니엘슨과 브라이언 켄드릭, 랜스 케이드 그리고 슈터 슐츠가 맡았다. MCW는 매주 3개의 쇼를 개최했는데, 대회마다 4명은 건물에 일찍 도착해서 링을 설치해야 했고, 쇼가 다 끝나고 나서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서 링을 분해하는 작업을 맡아야만 했다.




몰리 할리와 함께



이 와중에 링 해체 작업을 하고 있던 네 명에게 말을 걸어 손수 도와주겠다고 자처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몰리 할리였다. 몰리 할리는 다니엘슨과 아무런 안식도 없었고, MCW에서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 않을 예정이었던 만큼 이들을 도와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음에도 손수 먼저 나서서 자기도 일을 도와주겠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WWE 선수 관리 인원 측에서 몰리 할리가 링 해체 작업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게 되자, 도대체 왜 그녀가 링 해체 작업을 도와주고 있는 것인지 따졌다. MCW의 대표자였던 테리 골든은 원래 링 설치/해체하는 작업은 4명이 맡고 있고, 몰리 할리가 도와주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그녀가 자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을 듣자 WWE 선수 관리 인원 측은 베테랑이나 신인 선수를 가리지 않고 MCW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선수에게 링 작업을 도우라고 명령했다. 굳이 말할 필요 없이, 이러한 명령을 들은 선수들은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한동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활동했던 다니엘슨은 MCW에선 다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활동을 하기도 했다. TWA 시절 숀 마이클스가 다니엘슨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요구했던 이유는 바로 다니엘슨의 표정 연기가 부족했던 탓이었는데, 이후 숀 마이클스와 루디 보이 곤잘레스는 다니엘슨의 표정 연기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마스크를 벗은 채 활동하라고 명령했지만, MCW측에겐 여전히 부족해 보였는지 다니엘슨에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니엘슨은 항상 MCW와 TWA의 세밀한 차이점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해왔지만, 그 대신 아주 기본적인 차이점만 언급해왔다. TWA 같은 경우는 흥행이 자주 열렸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더 많은 관중이 찾아왔고, 팬들의 열기가 더 뜨거웠던 반면, MCW는 TWA에 비해 관중 수는 적었지만, 그 대신 대회를 자주 개최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MCW의 주요 흥행 장소 중 하나는 바로 미시시피 주에 있는 Oxford 의 한 작은 바였다. 매주 수요일 밤마다 이 바에서 대회를 개최했는데, 관중들은 입장료를 전혀 내지 않고 그저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게 다였다.

TV 쇼 녹화를 위해 열렸던 MCW 대회도 관중 동원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MCW의 TV쇼는 WLMT-TV라는 채널을 통해 매주 토요일 아침 11시와 일요일 새벽 1시 30분에 중계되었는데, TV 쇼를 녹화할 때면 위해 처음에는 멤피스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인 Beale Street 을 빌려 대회를 개최하곤 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엔 고등학교 체육관 같은 곳에서도 여의치 않고 흥행을 개최하다가, 나중에는 주유소나 월마트의 주차장에서도 대회가 개최되곤 했다. 다니엘슨이 MCW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맘에 들었던 TV쇼 녹화 대회 장소는 바로 이 월마트의 주차장이었다고 한다.


MCW에서 활동하고 있던 수련생들이 메인 로스터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는 똑같은 환경에 처한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하기에 충분했지만, 다행히 다니엘슨에겐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던 문제였다. 본인 스스로 이른 시일안에 메이저 로스터에 진입할 것이라는 희망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한 번 다니엘슨이 메인 로스터에 콜업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바로 2001년 1월 경이었다. 이 시기에 WWE 측은 WCW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크루저웨이트 디비젼을 본떠 WWE만의 크루저웨이트 디비젼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WWE 측은 수련생 중에서 브라이언 켄드릭과 브라이언 다니엘슨을 테스트하길 원했었다고 하지만, 이 계획은 결국 실행되지 않았다.

숀 마이클스의 도움으로 WWE에 입단할 수 있었으나, MCW에서 활동하는 기간 동안 재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을까. 다니엘슨을 포함해 4명은 2001년 2월에 WWE와 1년 재계약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기에 그동안 돈을 아껴두었던 다니엘슨은 새로운 차를 마련하게 된다. 2000 Ford Focus 를 구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지불할 여유가 되지 않아 할부로 차를 구입했다. 또 처음으로 새로운 침대를 사게 되었는데, 그동안 다니엘슨은 침낭을 이용하여 바닥에서만 잠을 잤다.

얼마 안 가 WWE가 WCW를 매입하면서 주변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우선 WWE가 WCW를 매입하면서 당시 WWE의 산하 단체였던 MCW가 문을 닫게 되었고, MCW를 대신하여 신시내티에 기반으로 둔 HWA (Heartland Wrestling Association) 단체가 WWE의 새로운 산하 단체로 선택되었다. 여기서 WWE와 수련생 계약을 맺었던 몇몇 선수들은 그대로 방출되거나, 혹은 HWA로 옮겨져서 계속해서 WWE의 봉급을 받으며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니엘슨에게는 방출 통보가 내려졌다.

다니엘슨의 계약에는 방출 통보를 받는다고 해도 90일여 동안은 WWE로부터 계속해서 봉급을 받을 수 있었던 대신, 그 기간 동안 이미 예정된 MCW의 잔여 대회에 계속 참전을 해야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미 해고 통보를 받은 선수들이 뒤섞여 있었던 락커룸의 사기는 예전 같지 않았다. 반 이상의 선수들이 WWE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상황 속에서 억지로 대회에 참전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다니엘슨은 이 시기를 본인의 커리어에서 겪은 최악의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며, 당시 락커룸에는 술과 다니엘슨이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손을 대는 선수들이 매우 많았다고 한다.

이미 박살이 나버린 분위기 속에서 MCW는 훨씬 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브라이언 다니엘슨의 WWE 진출은 얼마 가지 못한 채 조기 방출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브라이언 다니엘슨: 마지막으로 잡힌 MCW의 대회는 한 전당포의 주차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어. 우린 전당포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라고. 그러자 테리는 그냥 대회를 취소해버렸지. 우린 그렇게 나가서 빗속에서 링을 정리한 다음, 트레일러 앞에서 모두 함께 사진이나 찍었어. 그렇게 MCW는 끝이 나고 말았지.






PS- 맨옵스를 그렇게 재밌게 보지도 않았고, 잭 스나이더 감독을 믿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소재가 소재였던만큼 설마했는데.. 배트맨 대 슈퍼맨은 벌써부터 엄청난 혹평이 보여서 걱정되네요. ㅠㅠ

하지만 금요일날 직접 배트맨 vs. 슈퍼맨을 감상하여 이게 소문처럼 똥인지 아님 카레인지를 구분하러 갈 예정입니다. 'ㅅ'/ 똥인지 카레였는지는 다음 편의 PS에서 스포없이 짤막하게 언급하겠습니다. :D

PS2- 어느 덧 연재는 10편까지 왔는데 완결은 커녕 아직 대니얼 브라이언의 본격적인 커리어가 시작한 파트에도 오질 못했네요. (....)  처음에 연재 시작했을때 첫 편과 완결편을 미리 써두고 시작했는데, 완결편까지 도달하려면 앞으로 몇편을 더 써야 할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ㅜㅜ..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_^



  1. 현재 ROH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케빈 켈리가 ECWA에서 하스 형제들의 악역 매니저를 맡았다. [본문으로]
  2. 앞서 언급한 세 단체에서 모두 태그팀 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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