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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n four young lads turned up who'd trained at Shawn Michaels' wrestling academy - Spanky, Lance Cade, American Dragon and Shooter Schultz. I took immediate liking to the lot of them, but especially to American Dragon and Spanky. I could see something special in the pair of them. Both were great lads, full of respect, and it was an absolute pleasure to train with then. When you watched them in the ring they made you proud to be in the business. Good luck to them." - William Regal (2005/07, Walking A Golden Mile)






브라이언 다니엘슨에게 프로 레슬링을 처음 가르쳐 주었던 스승은 숀 마이클스와 루디 보이 곤잘레스지만, 다니엘슨은 이 둘보다도 항상 윌리엄 리걸을 우선순위에 두며 언급하곤 한다. 윌리엄 리걸은 다니엘슨에게 있어 단순히 프로 레슬링의 가치관을 다시 가다듬어 준 스승이었을 뿐만 아니라, 멘토 그 이상의 존재였다. 훗날 윌리엄 리걸은 다니엘슨이 2009년에 WWE에 입성하고 난 뒤에도 여러 차례 도움을 주었다. 지난 2월 8일에 있었던 은퇴식에선 케인과 더불어 윌리엄 리걸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WCW 시절부터 약물과 마약 중독 문제를 중심으로 생긴 여러 문제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난 뒤, 윌리엄 리걸은 조금씩 회복하면서 굉장히 힘든 시기를 이겨내던 중이었다. 심지어 1997년 연말에는 사람들은 리걸이 곧 죽을 것으로 생각했을 만큼 기침을 할때마다 피가 계속 나오던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았던 다니엘슨도 리걸과 관련된 안 좋은 소문은 이미 이 시기에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프로 레슬링 업계에서 리걸의 흑역사는 꽤 유명했던 모양이다.

1998년도에 WWE에 오고 나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무렵, 빈스 맥마흔이 직접 연락을 주어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일 할 준비가 있었냐고 물어보면서 약물 중독으로 고생하고 있던 시기에도 리걸에겐 여러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런데도 리걸은 약물을 완전히 끊을 수 없었다. 중독 문제로 인해 WWE 에서의 커리어는 그리 길지 않았고, WCW로 다시 돌아왔지만, 이때도 별 활약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2000년 2월에 WCW와 계약 기간이 끝나자, WCW측은 윌리엄 리걸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날 윌리엄 리걸은 WWE의 브루스 프리차드와 짐 로스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WWE는 윌리엄 리걸을 바로 메인 로스터로 불러들여 계약을 하는 대신, 산하 단체에서 6개월가량 시간을 보낸 뒤에 메인 로스터에 올라와 달라고 요구했다 윌리엄 리걸은 이를 받아들였다. 아마도 WWE측은 언제 다시 약물 중독에 빠질지 모르는 상태였던 리걸을 메인 로스터로 바로 활용하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당시 WWE의 산하 단체였던 MCW는 다니엘슨을 비롯해 숀 마이클스의 제자들이 기량을 닦을 수 있는 무대였지만, 동시에 윌리엄 리걸에게도 추락한 신뢰와 위상을 회복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무대는 없었다. 리걸 역시 자서전을 통해 다른 사람은 자신이 산하 단체에서 먼저 뛰어야 했던 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정작 본인은 MCW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매우 좋았다고 한다.





TWA에서의 고별 경기를 마친 다니엘슨은 랜스 케이드와 슈터 슐츠 그리고 브라이언 켄드릭과 함께 멤피스로 이동했다. 이때 날짜는 2000년 6월 중순이었는데, 재밌게도 다니엘슨이 San Antonio 에 도착한 지 정확히 1년여 만에 다른 곳에서 프로 레슬링을 배우기 위해 떠나게 된 셈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프로 레슬링을 배운다는 사실에 이 네 명은 기뻐하기보단 오히려 긴장하고 있었다. 어미새와 같은 역할을 해주던 숀 마이클스나 루디 보이 곤잘레스를 떠났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이태까지 스승으로부터 단 한 번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보지 않은 채 훈련에 임해왔고, 문제를 있을 때면 숀 마이클스나 루디 보이 곤잘레스가 나서 해결해주곤 했다. 이때만 해도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왔던 네 선수였다.

다니엘슨은 숀 마이클스는 제자들을 항상 보호해주었으며, 나아가 제자들을 친 자식처럼 대해주었다고 회상했다. 링 안에서만큼이나 링 밖에서도 숀 마이클스는 제자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가령, 다니엘슨과 랜스 케이드가 FMW에 참전했을 때 여권 문제를 해결해주었던 것도 숀 마이클스의 부인인 레베카였다. WWE가 자신의 제자들과 계약을 맺도록 압박했던 것도 숀 마이클스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스승의 밑에서 자랄 수는 없는 법이었다.

MCW는 WWE의 산하단체였던 만큼 수련생들에게 준비되어 있었던 시설도 달랐다. 브라이언 켄드릭과 슈터 슐츠 그리고 다니엘슨은 방 3개가 달린 집에서 합숙하게 되었다. 이후 이들은 MCW의 오너였던 테리 골든과 만나 RAW가 열리고 있었던 내쉬빌로 내려갔다. 이날 RAW에서 다니엘슨은 리걸을 처음 만나게 된다. 윌리엄 리걸의 자서전에 의하면 당시 MCW에서 훈련을 담당하고 있던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리걸이 담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윌리엄 리걸은 직접 만나 보니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정하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다니엘슨에 의하면 리걸은 정말 도움을 받고자 하는 태도를 보인 수련생들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하는데, 다니엘슨과 브라이언 켄드릭의 성격은 리걸의 눈에 들어오기 충분했다. 이후 리걸은 두 사람에게 유럽 쪽의 프로 레슬링 스타일을 가르쳐 주었다. 유럽 지역은 오래전부터 매트 레슬링 스타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프로 레슬러의 꿈을 키우기 위해 수많은 프로 레슬링 테이프를 시청하며 연구했던 다니엘슨이었지만, 리걸이 보여주던 것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다니엘슨이 MCW에서 유러피언 레슬링을 더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던 것은 現 NXT의 코치이기도 한 로비 브룩사이드의 영향력도 컸다. 로비 브룩사이드는 MCW 당시 리걸을 도와주기도 했는데, 다니엘슨은 이때 로비 브룩사이드에게도 프로 레슬링을 배우며 기량을 높여나갔다. 다니엘슨은 자서전을 통해 로비 브룩사이드는 윌리엄 리걸과 더불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영향을 준 선수가 되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TWA에서 있었던 부상으로 인해 본인이 추구할 경기 스타일을 바꾸려고 했던 다니엘슨에게 있어 리걸보다 더 완벽한 스승은 없었다. 가르침 속에서 윌리엄 리걸의 프로 레슬링 철학은 다니엘슨에게 전해졌고, 그 덕에 프로 레슬링을 둘러싼 다양한 생각이 하나로 정리됐다. 멤피스에서 리걸과의 만남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니얼 브라이언의 프로 레슬링 스타일이 정립되었다.

하지만 리걸로부터 유러피언 레슬링을 배우려고 안달이었던 다니엘슨이나 브라이언 켄드릭과는 달리, 멤피스에 있던 다른 선수들은 리걸로부터 유러피언 레슬링을 배우는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WWE 메인 로스터 진출을 노렸던 이들에게 있어서 매트 레슬링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훈련생 중에서도 예외는 있었다. Reckless Youth 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미 인디 프로 레슬링 쪽에선 유명한 선수였으며, Pro Wrestling Illustrated 에서도 소개된 바가 있었다. 윌리엄 리걸 역시 자서전을 통해 MCW에서 활동하고 있던 선수 중 자신이 이름을 들어보았던 선수로 Reckless Youth 를 언급했다. 다니엘슨에 의하면 Reckless Youth 는 마치 스폰지처럼 리걸이 가르쳐주었던 것을 흡수했다고 하며, 덕분에 MCW에서 활동하는 동안 Reckless Youth 와 경기를 할 때면 본인도 기량을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다니엘슨은 MCW에서도 기량 발전을 위해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본인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리걸을 찾아가 전반적인 경기 감상을 비롯해 어느 부분이 괜찮았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 나아져야 하는지 계속해서 조언을 구했던 것이다. 또한, 이때부터 자신이 했던 경기를 녹화하여 집으로 돌아갈 때면 녹화한 영상을 보며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연구했다.

시간이 흘러 리걸이 WWE의 메인 로스터에 입성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잠시 이별을 맞이했다. 여기서 다니엘슨은 리걸이 브라이언 필먼의 추모 대회에서 크리스 벤와와 가진 경기를 보고 큰 참고를 했다. 경기를 보고 나서 다니엘슨은 저 방식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브라이언 다니엘슨: 비록 우린 멤피스에서 몇달간을 같이 보냈을 뿐이었지만, 리걸은 나의 멘토가 되어, 여전히 나의 멘토로 남아 있다. 오늘날에도 난 리걸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이다.



리걸은 심지어 제자를 위해 사전에 합의되어 있었던 결과를 무시한 채 다니엘슨에게 잡을 해주기도 했다. WWE 메인 로스터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리걸은 종종 MCW의 큰 대회에 참전할 수 있었는데, 다니엘슨과 리걸은 2001년 5월 5일에 방영된 MCW 대회에서 첫 싱글 매치를 가졌다. 원래 이 경기에선 리걸이 다니엘슨에게 승리를 하기로 결정이 되어 있었는데, 경기 도중 다니엘슨이 리걸에게 플라잉 드롭킥을 작렬시키고 커버를 하자 리걸은 심판에게 그대로 3카운트를 세라고 명령하면서 킥아웃을 하는 것을 거부했다. 제자를 위해 기꺼이 잡을 해주는 모습을 본 다니엘슨은 이 경기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 영상







PS- 점심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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