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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다니엘슨은 부상에 대한 우려는 있었어도 훈련을 관두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훈련생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도에 하차하는 훈련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훈련을 포기한 이유는 다양했다. 훈련 중 부상으로 떠난 이가 있었든가 하면, 사적인 문제나 혹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프로 레슬링은 힘들었던 종목이었기에 버티지 못하고 떠났던 사람도 있었다.


훈련을 하는 동안 다니엘슨은 수중에 있던 돈은 많지 않았어도 아르바이트는 딱 필요한 만큼만 했던 그야말로 프로 레슬링에 올인을 하는 삶을 계속해서 살아갔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파트 월세를 낼 수 있을 만큼만 저축한 뒤 일을 바로 그만두곤 했다. 훗날 첫 룸메이트였던 AJ가 떠나고 난 뒤 (다니엘슨에겐 고맙게도 지불할 월세의 반은 본인이 부담하고 떠났다.), 다니엘슨은 도장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브라이언 켄드릭을 불러다가 함께 합숙을 하기 시작했다. San Antonio 가 아닌 Austin 에 위치한 고모집에서 묵고 있었던 켄드릭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훈련이 시작된 지 7주 뒤, 다니엘슨은 동료들과 함께 훈련 후 기본적인 경기를 가지면서 실전감각을 익히는데 돌입했다. 실전 훈련은 이런 식이었다. 예로, 루디 보이 곤잘레스가 다니엘슨에게 헤드락을 걸으라고 명령하면, 다니엘슨은 그대로 상대방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경기 전개는 숀 마이클스나 루디 보이 곤잘레스이 하라는 대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보기에 창피한 수준의 경기가 계속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나아졌다.


프로 레슬러로 활동하는 동안 다니엘슨은 주로 다른 특별한 링네임 없이 본명을 사용했고, WWE에 오고 나서는 대니얼 브라이언이라는 링네임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다니엘슨에게 주어진 최초의 링네임은 바로 American Dragon 이었다. 아메리칸 드래곤이란 링네임이 탄생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다니엘슨은 본인 스스로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서전이 출간되기 전, 게이브 사폴스키는 트위터를 통해 다니엘슨과 대화를 하면서 ROH 시절때 있었던 일을 기억하냐고 물어보자, 다니엘슨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사폴스키를 당황하게 했다. 다니엘슨이 기억을 했더라면, 아마 자서전에선 굉장히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실렸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다니엘슨의 기억력에 대한 부분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이 American Draogn 이란 링네임이 어떻게 탄생하게 계기가 다니엘슨의 인터뷰마다 살짝 다르기 때문이다. 예로, 2004년에 브라이언 다니엘슨이 RF 비디오와 가진 슛 인터뷰를 보면 루디 보이 곤잘레스로부터 American Dragon 이라는 별명은 어때? 라며 제안을 받았다고 하고, 작년에 나온 자서전에선 숀 마이클스로부터 American Dragon 은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다니엘슨의 기억이 통일된 부분은 스승으로부터 "너는 일본애들처럼 경기를 하는데, 넌 미국 사람이잖니." 라는 이유로 American Dragon 이란 별명을 받았다는 부분이다.


자서전의 얘기를 토대로 적자면, 하루는 숀 마이클스가 훈련 후 제자들을 모아서 슬슬 링네임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니엘슨에 의하면 본인은 본명을 사용하는 것 말고는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없었다고 한다. 이때 다니엘슨은 숀 마이클스에게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었고, 잠시 고민의 빠졌던 숀 마이클스로부터 나왔던 답변은 "아메리칸 드래곤은 어떠니?" 였다.




브라이언 다니엘슨: 사실 (별명이)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았었어. 근데 솔직하게 말씀드리기가 겁이 나더라고. 그래서 그냥 왜죠? 라고 여쭈어보기만 했지. 그러자 숀은 "넌 일본 선수처럼 경기를 하잖냐." 라고 답변해주셨어. 난 그걸 칭찬으로 받아들였지. 그렇게 아메리칸 드래곤이 탄생하게 된 거야.



하지만 만약 다니엘슨이 RF 비디오와 가진 인터뷰의 내용이 정확하다면, 아메리칸 드래곤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자서전 내용) 일요일에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던 다니엘슨이었다. 때마침 루디 보이 곤잘레스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루디 보이 곤잘레스는 2일 뒤, 다니엘슨이 프로 레슬러로써 공식적인 첫 경기를 가질 것이라고 통보했다. 다니엘슨이 얼마나 기뻐했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터.


(+ RF 비디오 내용) 2004년에 RF 비디오와 가진 슛 인터뷰에선 루디 보이 곤잘레스와 통화를 하면서 American Dragon 이라는 링네임을 제안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자서전에선 RF 비디오에서 말한 내용이 없고, 대신 루디 보이 곤잘레스로부터 경기복에 대한 질문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본인의 첫 경기복을 받는 것도 그리 순탄치는 않았던 여정이었다. 루디 보이 곤잘레스는 경기복을 만들 사람을 알고 있다며 다니엘슨과의 전화통화를 끝마치고 다니엘슨을 픽업해 경기복을 구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 너머인 Matamoros 로 향했다. 하지만 상대의 정확한 거주지도 알지 못해 지역 근처에서 거주하고 있던 다른 프로 레슬러를 픽업하여 도움을 받아야만 했고,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알지 못해 무작정 집에 있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경기복을 제작하는 사람은 집에 있었지만, 경기복을 바로 찾아갈 수는 없었다. 경기복을 제작하는 데는 4시간이 걸렸다. 재밌는 건 경기복을 만드는 장인의 자신감이었는지, 다니엘슨의 치수를 재는 일도 없었다고 한다. 다니엘슨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괜한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의문을 가졌다.


루디 보이 곤잘레스 일행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선택한 장소는 바로 스트립 클럽이었다. 하지만 태어나서 스트립 클럽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던 다니엘슨에게 있어 이때의 기억은 그리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브라이언 다니엘슨: 열여덟 살에 생애 처음으로 홀딱 벗은 여자를 무대 위에서 본다는 게 꽤나 흥분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어. 오히려 완전히 쫄아 있었거든. 그날은 오히려 헐벗은 여자의 몸을 통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왕절개 수술 자국을 본 순간이기도 했지. 여성이 내게 다가와 내 귀를 핥으며 스페인어로 뭔가 말하기 무섭게 움츠려 하던 내 모습을 보고 루디와 루디의 친구는 빵 터지더라. 솔직히 여자가 뭐라고 하는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때 나는 그저 클럽을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경험해본 장소 중에선 가장 더러운 장소처럼 느껴졌거든. 거기 있었던 두 시간 동안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



스트립 클럽에서의 안 좋았던 기억을 뒤로한 채,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부탁해둔 경기복을 받을 수 있었다. 장인은 역시 괜히 장인이 아니었다. 다니엘슨의 치수도 잰 적이 없었음에도 마스크 부분이 코에 좀 끼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핏이 딱 맞았던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경기복을 입고서 거울 앞에 서자 몇 시간 전에 스트립 클럽에서 겪었던 나쁜 기억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아메리칸 드래곤의 공식 데뷔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PS- 대니얼 브라이언의 유년기 ~ 데뷔까지의 과정은 이 파트를 통해 마치게 되었습니다. 다음부턴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 레슬러로 활동하게 될 이야기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따지고 보니 지난 6편은 일종의 프롤로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PS2- 본문에는 넣지 않았던 내용인데, 대니얼 브라이언은 나중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을 싫어했다고 해요. 마스크를 쓰고 활동한 기간이 굉장히 짧았던 것은 아무래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






PS3- 외쳐! MVP 피닉스!! 오늘은 주모랑 2,3차까지 다녀오곘습니다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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