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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다니엘슨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2000년 2월에 스승인 숀 마이클스의 도움으로 WWE에서 트라이 아웃 경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WWE의 트라이 아웃에 참가하게 된 숀 마이클스의 훈련생들은 다니엘슨을 포함해 총 4명이었다. 트라이 아웃은 태그팀 매치로 이루어졌는데, 다니엘슨은 Shooter Schultz 와 팀을 이루어 랜스 케이드와 브라이언 켄드릭을 상대했다.

네 사람에게 주어진 경기 시간은 총 12분이었으나, 트라이 아웃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에 WWE의 프로듀서로부터 6분 안으로 끝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아직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던 다니엘슨에게 있어 주어진 경기 시간이 경기를 코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단축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던 통보에 당황했던 것은 다니엘슨 뿐만이 아니었다. 결국, 훈련생들은 숀 마이클스에게 이러한 사정을 말했고, 숀 마이클스는 WWE 에이전트들을 압박하여 제자들에게 주어진 트라이 아웃의 경기 시간을 6분에서 10분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훈련생들은 WWE와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링 위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WWE의 쇼를 찾아온 Austin 지역의 관중들은 숀 마이클스의 훈련생들이 펼치는 트라이 아웃 경기를 보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다니엘슨을 포함해 숀 마이클스의 제자들은 경험이 매우 부족했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일생에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였을 만큼 무언가를 반드시 보여줘야겠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던 탓인지 여러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다니엘슨에 의하면 본인을 포함한 4명의 훈련생은 당시 트라이 아웃 매치에서 해선 안 될 것을 많이 선보였다고 회상했다. 다니엘슨은 본인이 가졌던 이 트라이 아웃 경기를 항상 혹평해왔는데, 2004년도에 RF 비디오와 가진 슛 인터뷰에선 당시엔 그 경기가 본인을 포함해 다른 선수들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경기였지만, 다시 돌아보면 최악의 경기였다고 혹평한 바 있었다.

이들이 트라이 아웃 경기에서 한 실수에 대해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랜스 케이드는 이미 메인 로스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선수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었던 쵸크 슬램을 시전했고, 다니엘슨을 포함해 몇몇 선수들은 링 밖에 있는 선수를 향해 수어사이드 다이브를 시전하는 무리한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니엘슨은 링 밖에 있는 랜스 케이드를 향해 스프링 보드 섬머 설트 다이브를 시전하던 도중, 랜스 케이드가 제대로 받아주질 못하여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다시 한 번 뇌진탕을 경험했다. 경기 후 WWE 의사는 다니엘슨에게 다가와 뇌진탕의 증세라고 말해주었지만, WWE 에서 뇌진탕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 게 현시점에서 얼마 되지 않은지라 당시에는 그저 가벼운 주의만 해준 정도였다고 한다.

숀 마이클스는 자신의 제자들에겐 단 한 번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주지 않았다고 다니엘슨이 회상했던 것처럼, 다크 매치가 끝나고 난 뒤, 숀 마이클스는 경기 내용이 매우 환상적이었다며 제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제자들이 트라이 아웃을 가지기 무섭게 제자들과 계약을 체결하라고 WWE에게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다니엘슨은 이러한 숀 마이클스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숀 마이클스를 자기편에 둔다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자들이 트라이 아웃 경기를 마치고 이틀이 지났음에도 숀 마이클스는 여전히 WWE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에 화가 난 숀 마이클스는 WWE에게 연락을 취해 만약 제자들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WCW로 데려가 버리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다니엘슨은 자서전을 통해 숀 마이클스의 이러한 행동을 'threatened' 로 묘사하고 있었다) 당시 WCW에선 숀 마이클스의 가장 친한 친구인 케빈 내쉬가 활동하고 있었고, 케빈 내쉬는 WCW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을 시기였다. 이러한 숀 마이클스의 위협이 먹혀들었던 건지, 다음날이 되자 WWE측은 트라이 아웃에 참가했던 4명 모두와 수련생 계약을 체결했다.

WWE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니엘슨은 WWE로부터 매주 $500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브라이언 다니엘슨은 Great American Cookies 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보통 다니엘슨이 일을 그만 둘 때는 2주 전에 미리 통보를 했지만, 이번엔 WWE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통보 없이 무단결근을 하여 일을 그만둔 것은 물론, 심지어 돈을 정산하러 가게를 방문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WWE와 수련생 계약을 체결한 지 1주일도 안 되어 다니엘슨은 처음으로 부상을 입게 된다. 브라이언 켄드릭과 팀을 맺어 Board of Education 과 태그팀 타이틀 매치를 했는데, 경기 룰은 평범한 태그 경기가 아닌 사다리 경기였다. 다니엘슨이 처음으로 TWA 대회의 메인 이벤트를 맡았던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 도중 기술을 시전하는 도중에 상대 선수와의 거리를 잘못 계산한 나머지 다니엘슨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버렸고, 바로 오른쪽 어깨가 나가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경기는 10분여간 더 계속되었고, 다니엘슨은 어깨가 나간 상태에서 사다리 위로 올라가 누워있는 상대에게 엘보우 드랍을 작렬시키기도 했다.

다니엘슨의 무리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경기 후 Board of Education 팀과 난투극이 이어졌고, 테이블에 누워있는 Board of Education 멤버들을 향해 그대로 날아올라 기술을 시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니엘슨은 메탈 가드레일 부분과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고, 그 여파로 1분여 동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고 한다. WWE 트라이 아웃 경기에서 뇌진탕을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엔 머리를 부딪쳐 기절해버리는 경험까지 하게 된 것이다.

어깨를 다치게 된 다니엘슨은 이후 6주간 경기를 뛸 수 없게 되었다. 처음으로 부상으로 인해 결장을 하게 된 셈이었다. 하지만 WWE와의 수련생 계약을 통해 매주 $500을 받을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일을 할 수 없었음에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니엘슨은 만약 이 부상을 1주일 전에 겪었더라면 본인의 커리어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했다.

이때 경험한 부상은 다니엘슨의 커리어에서 엄청난 영향을 주었는데, 이 부상을 계기로 다니엘슨은 본인이 추구할 경기 스타일에 변화를 주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본인의 사이즈 문제로 위험한 공중기를 아무렇지 않게 남발해야 하는 스타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지만, 흔히 이런 스타일을 추구할 경우엔 부상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선수 생명은 짧아질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니엘슨이 이 짧은 시기 동안 겪었던 뇌진탕은 모두 공중기를 쓰다 나온 결과였다.

선수 생명을 좀 더 늘리기 위해 다니엘슨이 참고한 선수는 딘 말렌코와 같은 스타일이었다. 운 좋게도, 다니엘슨은 얼마 안있어 WWE와 맺은 수련생 계약 때문에 멤피스로 이동하여 윌리엄 리걸 밑에서 프로 레슬링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Board of Education 과의 사다리 경기가 끝난 후, 다니엘슨은 스틸 케이지 경기로 이들과 재대결을 하게 되었다. 대립의 마지막 경기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고민했고, 고민 끝에 나왔던 선택은 바로 경기에 참여할 4명 모두가 블레이드 잡을 하여 출혈을 하자는 것이었다. 다니엘슨이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겁을 먹었던 순간이다.

제자들에게 블레이드 잡을 가르쳐 주었던 것은 숀 마이클스였다. 블레이드 잡에는 흔히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이마에다가 면도칼을 대고 비틀어서 출혈을 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이마에다가 면도칼을 대고 그대로 긋는 방법이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현명한 블레이드 잡은 주로 전자이다. 이마에 남을 흉터를 최소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니엘슨은 면도칼을 대고 비트는 방법은 충분히 피가 나지 않으리라 판단하여 블레이드 잡을 할 때면 늘 후자를 택했다. 그 결과 다니엘슨의 이마에는 오늘날에도 블레이드 잡으로 인한 흉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브라이언 다니엘슨: 나를 가장 긴장케 했던 부분은 바로 블레이드 잡을 하고 난 뒤에는 이 면도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였어. 숀 마이클스는 내게 자기는 주로 바지에 넣거나 혹은 정말 충격적이게도.. 때때론 입속에다가 넣어 두었다고 말해주었어. 솔직히 바지든 입안이든 이 날카로운 면도칼을 넣기에는 그리 좋은 보관 장소는 아닌 것 같던데 말이지.



하지만 다니엘슨의 첫 블레이드 잡은 그리 시원치 않은 결과를 내었다. 이마를 긋고 나서 다니엘슨은 면도칼을 심판에게 주어 주머니에다가 넣어 두라고 말했지만, 정작 피는 고작 몇 방울이 떨어진 게 다였다. 이 경험 덕에 다니엘슨은 또 다른 교훈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블레이드 잡을 할 때면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경기 전에 미리 여러 개의 면도칼을 준비해두는 것이었다. 처음 시도해본 블레이드 잡이 어렵기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던 것인지, 정작 이 경기에서 제대로 피를 흘렸던 것은 브라이언 켄드릭이 유일했다고.

브라이언 다니엘슨은 본인이 TWA에서 가진 경기 중 가장 좋아하는 경기는 바로 브라이언 켄드릭과의 마지막 경기였다고 한다. 마침 이 경기는 다니엘슨이 성당에서 알게 된 친구들도 직관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다니엘슨이 WWE와 맺은 수련생 계약으로 멤피스에 가기 전에 치른 마지막 경기여서인지, 경기가 끝난 뒤에는 숀 마이클스와 루디 보이 곤잘레스 등이 나와 둘을 축하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대로 제자들과 이별을 하는 게 슬펐는지, 숀 마이클스와 루디 보이 곤잘레스는 두 선수의 경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며, 이에 다니엘슨과 켄드릭 역시 블레이드 잡을 한 상태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그야말로 장내가 눈물바다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모두의 감정이 하나로 뭉쳤던 경기였던 만큼, 다니엘슨에겐 잊지 못할 경기로 기억되고 있다.





훗날 WWE의 링에서 함께 세그먼트를 연출하게 된 스승과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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