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Ward... to the paint, Sprewell! He's got a look! Drives in front, SHOOTS! NO! The San Antonio Spurs have won their first NBA championship." - Bob Costas (1999/06/25, NBC 중계 도중 스퍼스가 우승을 확정 짓자)


딘 말렌코의 프로 레슬링 도장이 문을 닫는 소식을 들은 다니엘슨은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보단 본인의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멘붕 상태가 된 것이었다. 널리고 널린 것이 프로 레슬링 도장이었지만, 무작정 다른 체육관을 선택하기엔 하나같이 모두 미덥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다행히 딘 말렌코의 도장이 문을 닫은 지 얼마 안 되어 숀 마이클스가 프로 레슬링 도장을 오픈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브라이언 다니엘슨에게 있어 숀 마이클스는 특별한 기억을 준 선수 중 하나였다. 다니엘슨이 7살 때 락커스를 통해 숀 마이클스를 보게 된 것을 시작으로, 다니엘슨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매했던 PPV였던 로얄 럼블에선 숀 마이클스가 우승을 했고, 레슬매니아에선 숀 마이클스가 역사적인 아이언 맨 매치를 통해 브렛 하트를 꺾고 새로운 WWF 챔피언에 등극했다. 또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앞에서 본 유명 선수도 바로 숀 마이클스였다.

20불을 지불하고 메일을 통해 도착한 숀 마이클스의 프로 레슬링 도장 팜플렛은 다니엘슨을 좌절시키기 충분했다. 때마침 쌩돈 $500을 날린 지도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등록 비용이 너무나도 비쌌던 것이다. 들어가는 비용은 총 $3,900이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자 했던 다니엘슨은 팜플렛에 남겨져 있던 번호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전화를 받았던 것언 숀 마이클스의 친어머니였던 Carol 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막상 전화 통화를 하게 되자 무슨 질문부터 해야 할지 몰랐던 아들을 대신해서 다니엘슨의 어머니가 Carol 과 통화를 시작했다. 다니엘슨은 어머니 덕분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Carol 역시 프로 레슬러가 되었던 아들을 두어서였을까. 다니엘슨의 어머니는 많은 질문을 했지만, Carol 은 정성스럽게 답을 해주었다.

다니엘슨의 어머니를 걱정시켰던 점은 바로 훈련을 받기 위해선 숀 마이클스가 거주하는 텍사스 주의 San Antonio 에서 거주를 해야 했다는 점이었다. 무작정 낯선 도시에 아들을 보내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는데, 거기다 다니엘슨이 쉽게 친구를 만드는 성격이 아니었던 만큼 어머니의 걱정은 더욱 깊어만 갔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인지 당시 숀 마이클스측은 다른 지역에서 오는 훈련생들의 거주지를 마련해 두었다. 작은 아파트 단지와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비록 시설이 좋은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다른 훈련생들과 합숙하기에는 충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긴 전화 통화 끝에 다니엘슨의 어머니는 Carol 의 친절한 설명으로 최대한 안심할 수 있었다. 아마 Carol 이 프로 레슬러인 아들을 두지 않았더라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한번에 $3,900 이라는 돈을 지불할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한달에 $1,300 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다니엘슨은 숀 마이클스의 프로 레슬링 도장에 등록하게 되었다. 다니엘슨은 단 돈 1센트도 아껴가며 돈을 마련했지만, 다니엘슨의 어머니 역시 자신의 아들이 꿈을 쫓을 수 있도록 없는 살림에도 돈을 보태주었다. 다니엘슨에 의하면 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마 등록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졸업식에서)



정들었던 친구들과 잠시 작별을 고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는 바로 졸업식이었다. 모두 프로 레슬러가 되겠다는 다니엘슨의 말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심지어 다니엘슨의 한 친구는 축복을 빌어주기 위해 그 자리에서 손수 작은 챔피언쉽 벨트를 만들어 줬을 정도였다. 이때 졸업식에서 다니엘슨을 떠나 보내준 친구들은 먼 훗날 7만 명 이상의 관중 앞에서 새로운 WWE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에 등극하며 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 레슬러가 된 다니엘슨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졸업식이 끝난 후, 다니엘슨은 바로 집으로 돌아와선 짐을 챙기곤 San Antonio 로 향했다. 본인에 의하면 너무 들뜬 나머지 잠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프로 레슬링에 미쳐 있었던 아이가 아니랄까 봐 다니엘슨이 챙겼던 짐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했던 것은 프로 레슬링 비디오테이프였다.








Aberdeen 에서 San Antonio 까지 운전을 해서 걸리는 시간은 약 34시간 선이다. 운전 거리만 해도 약 3,550km 에 육박한다. 그러나 다행히 프로 레슬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있었던 탓인지 다니엘슨을 힘들게 하진 않았다. 오히려 운전을 하면서 장기간 운전을 하는데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운전길 동안 다니엘슨이 차를 멈추었던 순간은 주유소를 들렸을 때와 몇 시간이나마 잠을 청할때가 다였다. 그리고 마침내 1999년 6월 25일, 밤 11시가 되어서야 San Antonio에 도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별문제가 없었던 여행길과는 달리, San Antonio 에서 보낸 첫날 밤은 다니엘슨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모두가 도로에 나와 소리를 질러대며 광란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촌뜨기였던 다니엘슨은 사람들의 저런 행동이 자기를 향한 행동인 줄 알고 매우 긴장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미리 얘기해두었던 아파트에선 잠을 청할 수 없었는데, 너무 늦게 도착한 나머지 경비 쪽은 이미 문을 닫아놓은 상태였다. 결국, 다니엘슨은 식품점 근처에서 노숙을 해야 했지만, 밤새도록 떠들어대던 사람들로 인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심지어 노숙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자 식품점의 한 직원이 다니엘슨에게 다가와선 노숙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고, 다니엘슨은 노숙을 포기하기 전,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에게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날뛰는 것이 자주 있는 광경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직원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다니엘슨을 쳐다보며 샌 안토니오 스퍼스가 NBA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1999년 NBA 파이널에서 샌 안토니오 스퍼스는 뉴욕 닉스를 최종 시리즈에서 4-1로 꺾고 우승했다. 마침 다니엘슨이 샌 안토니오에 도착했던 1999년 6월 25일에 샌 안토니오 스퍼스가 4번째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렇게 한 차례의 요란한 소동이 지나간 후,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아파트에 입성할 수 있었다. 다니엘슨이 San Antonio 에서 거주하게 될 아파트는 방 하나의 작은 아파트였다. 플로리다에서 건너온 AJ라는 훈련생과 함께 합숙하며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 본인의 침대를 가져온 AJ가 방안에서 잠을 자고, 다니엘슨은 거실에서 슬리핑을 깔아 잠을 잤다. 다니엘슨에 의하면 AJ의 나이는 30대였으며, 다니엘슨과는 달리 이미 프로 레슬링 경력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AJ가 숀 마이클스에게 훈련을 받으러 온 이유는 단순히 기량을 발전시키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론 숀 마이클스의 연줄을 통해 WWF에 진출을 노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훈련생 중에서는 이러한 그림을 구상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던 AJ와의 합숙 경험은 다니엘슨에게도 큰 도움을 주었다. 아직 사회 경험이 없었던 다니엘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며칠 되지 않았던 세상 물정을 전혀 몰랐던 아이였다. 오죽하면 세제용 비누와 일반 비누의 차이를 자각하지 못했는데, 하루는 다니엘슨이 세제용 비누를 놔둬야 할 곳에 일반 비누를 놔두는 바람에 식기 세척기가 말썽을 부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던 AJ가 관리실에 연락하여 따졌던 해프닝도 있었다.

모든 게 낯설기만 했던 다니엘슨의 San Antonio 정착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룸메이트였던 AJ가 겨울에 떠나고, 겨울이 되자 San Antonio의 날씨도 쌀쌀해졌다. 다니엘슨에 의하면 온도 조정 장치를 아무리 높게 올려도 방이 뜨거워지지 않아 한 달여 간을 따듯한 옷만 입은 채 겨울을 버텼다고 하는데, 이렇게 버티다 보니 한계가 있어 결국 관리실에 전화를 하게 되었다. 고장이 났다고 생각했던 보일러였는데 이게 웬걸. 관리실에서 파견 나온 관리자가 COOL 이라고 되어 있던 스위치를 HEAT 에 맞추자 거짓말처럼 방이 다시 따듯해지기 시작했다. 다니엘슨은 그런 당연한 것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고 회상했다.





PS- 후우... 어제는 MVP 피닉스 덕분에 국뽕에 취한채 잠에 들었던 광기의 밤이었습니다. 친구들이랑 데드풀 보고 12시가 다되서 집에 도착했는데 MVP 피닉스가 EHOME에게 이대빵! 뙇! 승리를! 거뒀! 다는! 소식을! 접했지! 뭐에염! 나중에는 시크릿에게도 깔끔압살 2-0 승리를 으아아아아아 ㅜㅜ..


PS2- 어머나 벌써 4편이에요 이로써 일단 제 자신과의 1차 전쟁에선 승리한 셈입니다 ;ㅅ;

대니얼 브라이언이 본격적으로 프로 레슬링 훈련을 받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기 앞서 쉬어가는 파트를 올려보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번 편은 글 첫 부분에 넣을 마땅한 Quote 가 생각나질 않아 1999년 NBA 결승전에서 샌 안토니오 스퍼스가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중계 방송에서 나온 해설을 긁게 되었습니다. (...) 그러고 보면 참 우연치곤 신기하죠. 도착한 날이 하필 스퍼스가 우승을 확정지었던 날이었으니; 반대로 보면 뉴욕 닉스는 대니얼 브라이언이 프로 레슬링을 배우기 위해 샌 안토니오의 땅을 밟은 이후 2016년까지도 NBA 파이널 무대에 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


PS3- PS의 시작이 MVP 피닉스 얘기였으니 끝도 MVP 피닉스로 마치겠습니다. 이젠 서버도 없는 나라인데 흐어흥어어항헝허유ㅠㅠㅠ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