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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re a kid, people constantly ask you what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I don’t recall if it was immediately at first sight that I knew I wanted to be a professional wrestler, but looking back, I don’t remember ever wanting to be anything else. - Bryan Danielson (2015/07, Yes!: My Improbable Journey to the Main Event of WrestleMania)



다니엘슨은 여러 인터뷰와의 매체를 통해서 프로 레슬러가 아닌 다른 장래희망은 가져본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프로 레슬링과 사랑에 빠졌던 어린 다니엘슨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면, 다니엘슨은 미리 답변이 등록되어있는 자동응답기처럼 늘 똑같은 대답만 하였다. 프로 레슬러가 되고 싶어요. 거기에는 상반된 반응이 딸려왔다. 웃으며 한 귀로 흘러 듣는 사람이 있었든가 하면, 또 어떤 이는 프로 레슬러가 되기 전에 대학을 먼저 가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프로 레슬러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를 알려준 곳은 책이었다. 종종 Pro Wrestling Illustrated 잡지에 광고로도 실리곤 했던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기 위해선 $20을 내야만 했다. 책을 통해 다니엘슨이 얻은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프로 레슬러가 되기 위해선 레슬링 기어가 필요했고, 레슬링 기어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유명한 곳에서 구입한다는 점. 또 프로 레슬러가 되기 위해선 레슬링 부츠도 필요한데, 부츠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을 알려주는 그야말로 기본적인 정보가 전부였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건질 수 있었던 중요한 조언은 바로 훈련을 받기 위해선 좋은 프로 레슬링 도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니엘슨이 원래 훈련을 받으려고 선택했던 도장은 딘 말렌코가 운영하고 있던 프로 레슬링 도장이었다. 고등학교에서 2년 차를 보내고 있을 무렵, 딘 말렌코는 다니엘슨이 가장 좋아하던 프로 레슬러 중 한 명이었다.


프로 레슬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선호하는 선수나 선호하는 스타일이 바뀌는 것처럼, 다니엘슨 역시 처음부터 테크니컬 레슬러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엔 대게 컬러풀한 선수나 동물과 함께 나오던 선수를 좋아했던 만큼 제이크 더 로버츠, 코코 B. 웨어, 브리티쉬 불독 그리고 얼티메이트 워리어를 좋아했지만, 나이를 점차 먹어가면서 선수들이 링 안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이 시기에는 브렛 하트나 안 앤더슨, 다이너마이트 키드와 같은 선수를 좋아하게 된다.


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고민 없이 프로 레슬러가 되고 싶다고 답했던 다니엘슨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정말 프로 레슬러가 될 수 있을지 몰라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이유는 본인의 체격 때문이었다. 1-2-3 키드가 활동하는 모습을 TV로 보며 자라왔지만, 자기보다 조금 더 큰 체구를 가졌던 1-2-3 키드가 TV에선 노골적인 언더독으로 포장되는 걸 보니 다니엘슨의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다니엘슨의 우려를 없애준 것은 바로 WCW의 크루저웨이트 체급이었다. 에디 게레로, 크리스 벤와, 딘 말렌코같이 멕시코, 유럽, 일본 등에서 배운 경력을 살려가며 매주 명경기를 선보였고, 이 선수들은 다니엘슨에게 체격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다니엘슨이 가장 인상 깊게 본 경기는 WCW Saturday Night 에서 경기를 가졌던 에디 게레로와 크리스 벤와의 경기였는데, 너무나 맘에 든 나머지 따로 녹화를 하여 보고 또 보곤 했다.


세 선수 중에서 다니엘슨에게 가장 어필했던 선수는 바로 딘 말렌코였다. 그중에서도 딘 말렌코가 쓰던 텍사스 클로버리프 기술을 가장 좋아했었는데, 오죽하면 친구들에게 한 번씩 걸어보았던 기술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1996년 WCW Great American Bash 에서 딘 말렌코가 레이 미스테리오 Jr. 와 가진 크루저웨이트 챔피언쉽 경기는 통해 마침내 다니엘슨은 비록 체격적인 핸디캡이 있다고 한들, 꿈을 포기해선 안 되겠다고 다짐한 완전한 계기가 되었다.


다니엘슨이 프로 레슬러가 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또 다른 곳은 바로 일본 프로레스 무대이기도 했다. 2001년에 가진 한 인터뷰를 보면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수들은 바로 90년대 전일본 프로 레슬링 선수들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쥬신 "썬더" 라이거, 다카다 노부히코의 경기를 비디오 테이프로 시청한 것은 물론, 좋아하는 동시대 선수들로는 다나카 미노루, 요시다 마리코, 이케다 다이스케, 타이거 마스크 IV를 꼽았다. 이외에도 90년대 일본 여성 프로 레슬링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다니엘슨이 커리어 초창기에 사용했던 버터 브레이커인 '드래곤 스파이크' 는 FMW의 전설이었던 쿠도 메구미와 컴뱃 도요타의 경기를 시청하면서 쿠도 메구미의 피니셔인 쿠도메 발렌타인을 보고 참고한 것이었다. 위에 일본 여성 프로 레슬러였던 요시다 마리코를 언급한 것도 눈에 띈다.



16세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다니엘슨은 등록을 위해 딘 말렌코의 프로 레슬링 도장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여성은 다니엘슨이 알고자 했던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들어가는 비용은 $2,500이었고, 자리를 예약해두기 위해선 $500을 먼저 입금해야했다. 어린 다니엘슨은 빨리 입금하지 않으면 자신의 자리가 없을거라 걱정을 한 나머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서둘렀다.


빌리 수의 도움으로 일하게 된 맥도날드에서 계속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프로 레슬링 도장에 등록할 수 있는 돈은 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500를 입금하여 본인의 자리를 예약해두었다.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미리 저지르고 본 것이었다. 다니엘슨의 어머니는 프로 레슬러가 되고자 했던 아이를 반대하진 않았지만, 아들이 대학은 가길 바랐다. 현실적인 문제와 씨름하고 있을 무렵, 이 시기에도 다니엘슨의 영어 선생님이었던 카터 선생님의 조언은 다니엘슨이 자신의 꿈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브라이언 다니엘슨: 하루는 선생님께서 평화봉사단 활동을 하셨던 것을 내게 말씀해주셨다. 평화봉사단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은 선생님께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주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서 선생님께선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카터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제대로 된 사회 경험도 없이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셨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내가 프로 레슬링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진로를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카터 선생님께선 프로 레슬러로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대학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해주시면서 프로 레슬러를 먼저 시도해보라고 격려해주셨다.




이미 프로 레슬러가 되기 위해 맘을 잡아서였는지, 다니엘슨은 학창 시절 우등생으로 졸업했을 정도로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었지만, 졸업이 다가올수록 학교를 싫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프로 레슬러가 되기 위해 다니엘슨은 정신무장을 하며 육체적으로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혼자서 브릿지 자세를 하며 목을 단련시키거나 책을 읽으며 근육 훈련을 독학했다. 시간 나는 대로 프로 레슬링을 시청하면서 연구를 하던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시기 다니엘슨은 집에서 전화 모뎀을 연결해서 매우 느린 인터넷을 사용했는데, 이 느린 인터넷을 일본 프로 레슬링과 멕시코 프로 레슬링 비디오테이프를 주문하는데 사용했다.


재밌는건 프로 레슬러가 되고 난 뒤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테크니컬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다니엘슨이었지만, 이때는 본인이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 플라잉 레슬러가 될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백플립과 같은 액션을 연습하며 미리 본인이 소화할 스타일을 대비해두었다. 만약 다니엘슨이 하이 플라잉 스타일을 어필하는 프로 레슬러가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돈을 마련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이 시기에 다니엘슨은 맥도날드와 KB Toys 에서 최저연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시간당 $4.90) 급기야 일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던 나머지, 다니엘슨은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거짓말을 하고야 만다. 바로 거짓말을 해가면서 학교를 결석하여 아르바이트에 집중했던 것이다.


당시 다니엘슨이 학교에다가 했던 거짓말은 다음과 같았다. 급여 환경이 더 나았던 벌목 작업 쪽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었는데, 마침 오전 시간에 일을 해야만 했기에 학교 활동은 집에서 하고, 시험이 있을 때만 학교를 방문하겠다는 조건이었다. 학교 측은 다니엘슨의 거짓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다니엘슨이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어머니의 허락이 담긴 편지 한 장과 일자리를 총괄하는 대표자로부터 일이 진짜라는 편지 한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다니엘슨이 편지를 가져오는 일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학교를 결석하게 되었다.





브라이언 다니엘슨: 오늘날에도 난 종종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악몽을 꾸곤 해. 졸업장을 받기 위해 걸어가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잡아 당기더니 학교를 일부러 결석한 것을 알아챘으니 고학년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런 꿈을 꿔. 아직도 내가 한 거짓말에 대해선 맘이 그리 편치가 않아.




그러나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학교를 빼먹었던 인과응보였을까. 단지 프로 레슬러가 되기만을 위해 살고 있었던 다니엘슨은 졸업을 3개월 앞두고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딘 말렌코의 프로 레슬링 도장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다.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다니엘슨은 미리 지불했던 $500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딘 말렌코 프로 레슬링 도장 측은 돈을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며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한 것이었다. 다니엘슨은 자서전을 통해 당시 본인에게 있어 $500은 매우 큰 돈이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자서전에서 처음으로 fucking 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바로 이 부분을 강조할 때였다.



참고로 당시 딘 말렌코가 운영하던 말렌코 프로 레슬링 도장은 1978년에 딘 말렌코의 아버지로부터 만들어진 도장이었다. 도장 말기에 나왔던 유명한 훈련생으론 前 WWE 여성 챔피언이었던 몰리 할리를 비롯, 前 WWE 크루저웨이트 챔피언인 제이미 노블 그리고 前 ECW 태그팀 챔피언이었던 토니 마마루크가 있다. 2001년 8월 WWF RAW 매거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딘 말렌코는 1999년쯤에 도장을 닫았다고 하며 프로 레슬러 활동을 병행하며 체육관을 관리할 수 없었기에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딘 말렌코: (프로 레슬러로 활동하며 여행길에 오르고 직접 관리를 할 수 없게 되자) 결국엔 제자들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만약 체육관에 아이들을 교육시킬 말렌코 가문의 사람이 없다면, 도장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왔다. 내가 그곳에서 제자들을 돌보지도 못하는데, 딘 말렌코로부터 훈련을 받을 거라고 전하며 누군가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2001/08 WWF RAW Magazine)




프로 레슬링 업계에서는 제삼자가 보기엔 다소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상한 이유로 인간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다니엘슨의 경우는 딘 말렌코라는 사람에 대한 심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케이스였음에도 불구, 다행히 두 사람의 관계엔 별문제가 없는 듯하다. 2년 전 다니엘슨은 한 인터뷰를 통해 WWE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딘 말렌코에게 자기가 옛날에 $500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지만, 딘 말렌코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더라며 하나의 추억담으로 여기며 웃어넘겼다.





(이젠 WWE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딘 말렌코)







PS- ...이런 분이 왜 당시 우리 다니엘쨩의 500불은 안 돌려주신...??? 저기 말렌코님...??


지난 글에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개인적으로 다니엘슨의 국어 선생님이셨던 카터 선생님이라는 분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꼭 한국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제자의 프로 레슬러에 올인하려는 제자의 꿈을 들으며 프로 레슬링을 먼저 해보고,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늦지 않는다는 진심어린 조언을 해줄 분이 과연 몇이나 계실까요.


1편을 쓰면서 제가 3편쯤에 아마 연중하게 될 거라고 했었는데, 다음편부턴 본격적으로 제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 트루 레전드, 전설이란 칭호만으론 부족한 아키누님의 꾸준함을 본받아 글을 달려보겠습니다. 아키상.. 우리 끝까지 함께 간바레♥



PS2- 이제 도타 2 상하이 메이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편성을 보니 참 절망스럽지만(...) 그래도 지난 TI5 때처럼 멋진 모습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MVP 피닉스 화이팅 ㅠㅠ!

그리고 롤챔스에서 SKT도 화이팅입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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