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블리처리포트의 MMA 필진 제레미 보터가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경기 직후 이 경기가 복싱을 망쳤고 UFC의 시대가 왔다는 MMA 관계자 및 팬들의 여론에 대해 작성한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저 자신 또한 많이 공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MMA를 오랫동안 다룬 기자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한번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메이웨더 vs. 파퀴아오의 반향이 곧 UFC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by Jeremy Botter



모든 점을 따져봤을 때, 지난 토요일의 메가파이트 메이웨더 vs. 파퀴아오는 격투 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거대한 수익을 거둔 스포츠 이벤트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수치로 나타내면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메이웨더가 경기 직후 ESPN과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여준 1억 달러 수표는 그가 경기로 인해 창출되는 모든 수익을 통해 얻게 될 끝없는 수입에 비하면 시작에 불과한 수준일 것이다.


PPV 판매량은 아직까지 완전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경기를 관람하려는 사람들의 주문이 폭주하는 바람에 케이블 시스템이 마비되었고 이로 인해 경기가 지연될 정도였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최종 판매 집계량은 이전의 최다 판매 기록인 오스카 델 라 호야 vs. 플로이드 메이웨더(약 24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내 개인적인 예상으로 이번 경기의 PPV 판매량은 4백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이 정도 수치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하를 기록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놀라울 것 같다.


그렇지만 경기가 끝난 직후, SNS는 이전에 메이웨더의 경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팬들의 분노로 인해 폭주할 지경이었다. "지루한 시합이었어."라고 말이다. 그들은 메이웨더가 자신을 방어하며 파퀴아오를 클린치하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100달러를 지불한 것이다. 메이웨더는 제대로 된 싸움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또 한번 많은 사람들을 물 먹이고 그들이 힘들게 번 돈을 앗아갔다.


복싱은 죽었다. 메이웨더의 탐욕이 정면승부를 피하는 길을 택했고 복싱을 죽였다. 이런 발상은 MMA 팬들과 프로모터들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케이탈 펜드레드(UFC 파이터):

"오늘의 승자는 MMA야."


오늘의 결과는 MMA의 승리나 다름없다. 그들의 주장이다. UFC 대주주 겸 CEO 로렌조 퍼티타는 이러한 분위기에 뛰어들어서 오늘의 경기가 UFC와 MMA의 승리나 다름없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리트윗하기 시작했다.


로렌조 퍼티타(UFC CEO, 대주주):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샐러드 하나만 달랑 나왔군."


메이웨더는 여러분을 지루하게 만들겠죠. 하지만 UFC의 경기는 절대 지루하지 않답니다! 7월 11일을 기억하세요. 이날 하는 알도 vs. 맥그리거는 오늘 보셨던 경기처럼 지루할 일도 없고, 무엇보다 100달러 씩이나 낼 필요도 없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기가 끝난지 한참이 지나도 계속되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 몇 가지.


첫째, 나는 MMA가 복싱보다 훨씬 재밌다고 여기고 있다. 복싱보다 다양한 MMA의 기술과 경기 양상은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하지만 메이웨더 vs. 파퀴아오가 지루했다고 여겨지는 점을 이용하려 드는 UFC의 전략은 위험하다. UFC의 모든 경기가 다 화끈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UFC에는 지루한 챔피언도 많았고, 지루한 대회도 많았다. UFC 역사상 최고의 챔피언이자 가장 상품성 높은 스타였던 조르주 생 피에르-GSP는 UFC 69에서 맷 세라에게 패한 이후 매우 안정적인 방향으로 스타일을 바꿨다. 그렇다. GSP의 레슬링이 가미된 안정적인 스타일은 메이웨더의 스타일과 같은 이유를 공유하고 있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데미지를 입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GSP는 UFC에 많은 돈을 끌어모았지만, 팬들은 그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매번 '지루하다'라고 투덜대기 바빴다.


드미트리어스 존슨은 존 존스의 무기한 출장정지(뺑소니 사고로 인한) 이후 아마 전 세계 P4P 순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일 것이다. 그는 레슬링을 중심으로 자신이 받는 데미지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달인이다. 그는 엄청난 선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지난 주 UFC 186 당시 그의 타이틀전이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존슨이 경기 종료 1초 전 기록한 암바 섭미션승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이 점은 확실하다. 경기장을 빠져나간 팬들은 존슨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다.


둘째, 사람들은 지루한 복싱 경기가 곧 MMA 팬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메이웨더 vs. 파퀴아오를 시청한 이유는 이 경기가 인생에 한 번 올까말까한 이벤트였기 때문이지, 굉장히 화끈한 복싱 경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메이웨더 vs. 파퀴아오는 복싱 팬들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이 경기는 모든 대중을 염두에 둔 이벤트였다. 경기가 끝난 후 지루한 시합 때문에 100달러를 날렸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갑자기 MMA에 관심을 갖게 될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대중이 MMA의 큰 경기를 시청하는 이유는 복싱의 큰 경기를 시청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거대한 이벤트니까. 그냥 그런 거다.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앞으로 UFC 대회에 자주 모습을 비추지 않을 수도 있긴 하겠다. 1만 달러나 되는 링사이드 티켓을 사서 본 경기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못해서 심기가 불편할 테니까.


셋째, 여러분은 정말 메이웨더의 경기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는가? 메이웨더는 47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항상 수비적이고 기술적이었으며 데미지 입는 것을 피하는 선수였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스테판 보너처럼 변해서 난타전을 펼치며 팬들을 즐겁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PPV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해서 그가 자기 경기 스타일을 바꿀 일은 없다.


무엇보다도 MMA 팬과 프로모터들이 지루한 복싱 경기를 통해 자신들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구는 모습은 매우 이상하게 느껴진다. 메이웨더는 몇 년 동안 항상 이런 식으로 싸웠다. 그는 언제나 엄청난 PPV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시청자들은 언제나 그의 경기를 본 후 실망하고 화를 낸다.


하지만 그 지루한 메이웨더의 시합이 UFC에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는 일은 결코 없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MMA 팬들이 MMA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들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우연히 MMA를 보면서 이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MMA 팬들은 MMA를 사랑하기 때문에 보는 것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MMA의 진가를 알아보고 있다. 복싱 하드코어 팬들이 메이웨더가 지난 주 토요일 메이웨더의 경기가 지닌 가치를 알아보는 것처럼 말이다.


메이웨더 vs. 파퀴아오는 복싱을 죽이지 않았다. 이 경기는 UFC의 승리도 아니다. 그렇다. 알도 vs. 맥그리거는 분명 메이웨더 vs. 파퀴아오보다 훨씬 화끈하고 재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UFC가 형의 성공과 실패를 이용해 먹으려는 동생처럼 굴기보다는 자신들의 상품이 자신의 자체적인 힘으로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고유한 장점을 뽐낼 수 있도록 하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






요약.


1. UFC 관계자와 선수들은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때문에 복싱은 망했고 UFC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여론을 부추겼음.


2. UFC라고 해서 항상 재밌기만 한 것은 아님. 예를 들어 GSP는 메이웨더처럼 대중의 눈에는 지루한 챔피언이었고, 게다가 지난 주 UFC 186에서 많은 관중들이 드미트리어스 존슨의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갔음. 이 때문에 '복싱은 지루하지만 UFC는 재밌다!'라는 식의 홍보 전략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음.


3. 메이웨더 vs. 파퀴아오를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구매한 것은 이 경기가 화끈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빅 이벤트를 소비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임. 복싱이나 MMA나 대중이 빅 이벤트를 보는 이유는 마찬가지이며 이 경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MMA 고정팬이 늘어날 일은 없음.


4. 메이웨더는 대중이 느끼기에 항상 지루하게 경기하던 선수였으며, 대중은 그의 경기를 시청할 때마다 불만을 표하지만 결국 메이웨더는 매번 엄청난 PPV를 팔아치웠음. MMA 팬과 관계자들이 메이웨더의 경기 때문에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은 이상한 일.


5. 어차피 MMA 고정팬층은 MMA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고, 복싱 고정팬층은 복싱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 때문에 딱히 복싱 고정팬층이 MMA로 이동할 일은 없음. MMA 고정팬들이 대중이 보기에는 지루한 경기도 즐기는 것처럼 복싱 고정팬들도 메이웨더의 경기는 자기 나름대로 즐겼을 것이기 때문.


6. 메이웨더 vs. 파퀴아오가 지루했다고 해서 복싱이 죽을 일은 없고, UFC가 하루아침에 흥할 일도 없음.


7. UFC 관계자들이 메이웨더 vs. 파퀴아오에 대한 비난 여론에 편승해서 자기네 대회를 홍보하기보다는 UFC와 MMA가 갖는 매력 그 자체를 어필해서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길을 택하길 바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