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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 vs. 브래들리 3차전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들.




경기가 공식 발표되자 예상대로 많은 팬과 기자들은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차전은 말할 것도 없고 1차전도 사실상 파퀴아오가 이긴 경기나 마찬가지였는데 대체 3차전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파퀴아오와 탑랭크 측에서 브래들리를 택한 이유로 내세운 명분은 지난 9월 베르토를 택한 메이웨더 측이 내세운 이유와 비슷하다. 베르토와 마찬가지로 브래들리는 재밌는 경기를 하는 선수고, 더욱이 브래들리는 작년 리오스전에서 테디 아틀라스를 새롭게 트레이너로 기용한 후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니 파퀴아오 - "브래들리가 예전 트레이너였던 조엘 디아즈와 함께 할 때와는 달리 새로운 트레이너(테디 아틀라스)를 기용한 후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브래들리가 그런 식의 스타일을 유지한다면 복싱 팬들은 화끈한 난타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팬들을 즐겁게 하고 조국에 영광을 가져다주기 위해 싸운다. 팬들은 내 선택을 이해하고 감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밥 애럼 - "사람들은 두 번이나 본 경기를 또 보냐고 하지만, 이번 경기는 다르다. 브래들리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트레이너와 함께 한 현재의 브래들리를 넘을 수 있다는 것 외에 매니가 증명할 무언가가 더 있기나 할까? 리오스를 때려눕혔을 때의 브래들리는 지난 5년간 그가 보여 준 모습 중에서도 최고였다. 티모시 브래들리가 매니 파퀴아오를 이길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이번 경기는 접전이 될 것이다."


파퀴아오의 마지막 상대로 브래들리가 선택받은 이유가 순전히 저런 명분 때문일 리는 없겠지만, 그와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이번 3차전이 대다수의 의견보다는 좋은 경기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파퀴아오가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기간 동안 브래들리와 크로포드 외에 구체적으로 거론된 이름으로는 아미르 칸과 애드리언 브로너(!)가 있다. 특히 애드리언 브로너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으로 직접 "파퀴아오의 사업 자문 마이클 콘츠가 나에게 직접 전화해서 파퀴아오를 상대할 의사가 있냐고 물어봤다."라고 밝혀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과연 브로너나 칸이 애초에 진지한 옵션으로 고려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밥 애럼은 표면적으로는 "브로너가 파퀴아오를 상대하는 것은 메이웨더가 베르토를 상대한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경기"라면서 브로너를 택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지만, 애럼의 말과는 달리 여러 팬과 기자들은 브래들리 3차전 또한 메이웨더 vs. 베르토만큼 의미 없는 경기라며 비판하고 있으며, 더구나 파퀴아오는 지난 2014년에도 크리스 알지에리를 상대로 이보다 더욱 무의미한 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밥 애럼은 아미르 칸을 택하지 않은 이유로 흥행 문제를 들었다. HBO 측에서 흥행 문제를 이유로 거절했고, 애럼 자신의 생각에도 지금까지 딱히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 칸이 PPV에서 영향력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인데, 파퀴아오 vs. 브래들리 1차전의 PPV 판매량은 89만 가구를 기록했고, 2차전은 그보다도 저조한 75만 가구를 기록했다. 파퀴아오 vs. 브래들리가 파퀴아오 vs. 마르케스와는 달리 갈수록 팬들의 흥미가 떨어지는 매치업이라는 점은 판매량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물론 PPV 무대의 헤드라인으로 여러 번 오른 브래들리가 칸이나 크로포드보다는 훨씬 안전한 선택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브로너나 칸이 진지하게 고려되지 못한 이유는 역시 다른 쪽에서 찾는 것이 옳아보인다. 마이클 콘츠는 애초에 파퀴아오의 매치메이킹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지니지 못한 인물이다. 파퀴아오의 매치메이킹에 있어서 칼자루를 쥔 쪽은 HBO와 탑랭크 프로모션이고, 브래들리와 크로포드는 이들과 계약관계에 있지만 브로너나 칸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HBO가 알 헤이먼과 관계를 단절한 상태고, 탑랭크 프로모션과 알 헤이먼이 법적 분쟁 관계에 놓인 현 시점에서 알 헤이먼 선수들인 브로너와 칸의 경기를 탑랭크 측이 승인했을 가능성은 더욱 낮아보인다.






파퀴아오 vs. 브래들리 3차전이 발표된 후, 파퀴아오는 필리핀 미디어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경기를 끝으로 정계 진출을 위해 은퇴할 것이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혔다. 얼마 전 파퀴아오가 '메이웨더와 2차전을 치르기 위해서 은퇴를 번복할 수도 있다'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파퀴아오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매니 파퀴아오 - "정계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복싱계에서 은퇴할 예정이다. 브래들리와 치르게 될 경기가 내 마지막이 될 것이다."


"(메이웨더 2차전을 위해 은퇴를 연기한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누가 나에게 그런 인터뷰를 한 적도 없다. 4월 9일 경기는 내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파퀴아오의 현재 의사가 저렇다고 해도, 이번 경기가 정말 파퀴아오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을까? 이전에 간략하게 올린 글에서 밥 애럼이 '파퀴아오의 마음이 언제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를 은퇴전으로 홍보할 생각은 없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언급했는데, 나 역시도 이전부터 든 생각이지만 이번 경기가 정말로 파퀴아오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파퀴아오의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짐작하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우선 파퀴아오는 은퇴 후 사업이 아니라 정치 활동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정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파퀴아오는 지난 몇 년 동안 심각한 세금 문제에 휘말렸고 아직까지도 완전히 해결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 급전이 필요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게다가 HBO 측에서도 현재 PPV 이벤트에 내보낼 만한 선수는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파퀴아오가 은퇴를 선언한다 해도 계속해서 좋은 조건으로 유혹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위에서 말한 것처럼 파퀴아오에게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고 HBO 측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 언제건 은퇴를 번복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밥 애럼은 마지막까지 브래들리와 함께 파퀴아오의 상대 후보로 거론되던 테렌스 크로포드의 경기를 2월에 치르기로 확정지었지만, 내년 하반기에 있을 HBO PPV 이벤트에서 파퀴아오 vs. 크로포드가 성사될 수도 있다며 여전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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