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매니 파퀴아오 "신의 은총 덕분에 기적적으로 어깨 부상이 회복했다!"






얼마 전 정치 활동 때문에 재활치료 일정을 취소했다가 밥 애럼에게 한 소리 들었던 매니 파퀴아오는 '자가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는 골때리는 소리를 하더니 이젠 무슨 사이비 종교 간증회에서나 할 법한 소리를 하고 있다. 어깨 부상이 '신의 은총 덕분에 기적적으로 회복'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최초 보도한 필리핀 언론에서 정말로 miraculous recovery라는 표현을 썼다)


매니 파퀴아오 - "난 괜찮다. 하나님의 은총이다. 의사를 만나지도 않았고 재활치료를 받지도 않았다. 그냥 바닷가에서 최대한 자주 수영을 했을 뿐인데 바닷물의 소금기가 내 어깨를 낫게 해 줬다(I’m fine. It’s God’s work. I never saw a doctor. I never did rehab. All I did was to swim in the sea as often as I could. The salt water healed my wound)."


다음은 파퀴아오의 매니저 에릭 피네다의 발언.


에릭 피네다 - "매니는 강한 신앙을 갖고 있다. 하나님의 은총이 내렸다. 바다에서 수영만 했을 뿐인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그의 복귀전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다."


나는 파퀴아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자신의 가장 큰 시장인 북미권 문화와 정서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결여되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오심이나 진행상의 문제가 없는 이상 경기가 끝나면 변명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그 쪽 사람들이 생각하는 프로페셔널한 자세인데, 파퀴아오는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판정 탓, 부상 탓을 하는 바람에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말았다. 2010년 메이웨더 측의 혈액 검사 제안을 황당한 이유로 거절했다가 PED 사용자로 의심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이런데 '바닷물에서 수영하니까 어깨 부상이 기적적으로 회복했다!'라는 말을 진지하게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번 '기적적인 회복' 발언으로 인해 파퀴아오의 부상이 꾀병이라는 의혹은 이미 상당수의 복싱 팬들에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는 파퀴아오 캠프에서 경기 한 달 전 발생한 일들을 미루어 봤을 때 부상이 하루아침에 지어낸 거짓말은 아니지만, 파퀴아오 측의 어리석은 대처로 인해 대중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 만한 상황을 자초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링크). 사실 지금도 나는 파퀴아오의 부상이 꾀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게 믿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밥 애럼에게 재활치료를 제대로 안 한다며 한 소리 듣고 나서 그제서야 '기적적인 회복' 운운하는 파퀴아오 측의 대처는 저런 의혹과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