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파퀴아오, 동성애자 비하발언 파문! "동성애자들은 동물보다 못하다"




매니 파퀴아오가 최근 필리핀 미디어를 통해 한 동성애자 비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다가오는 4월 개최될 티모시 브래들리 3차전을 준비하고 있는 파퀴아오는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후 본격적인 정계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현재 파퀴아오는 훈련과 함께 필리핀 상원의원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도 돌입한 상태인데, 이 과정에서 파퀴아오는 필리핀 미디어를 통해 심각한 수위의 동성애 비하 발언을 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고, 현재 해당 영상은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Manny Pacquiao on same-sex marriage

"Mas masahol pa sa hayop." Senatorial aspirant and Sarangani Rep. Manny Pacquiao had this to say when we asked him for his stand on same-sex marriage. #BilangPilipino

Posted by Bilang Pilipino on 2016년 2월 15일 월요일


매니 파퀴아오 - "동물들이 동성간 성교를 하는 경우를 봤나? 동물조차도 암수간의 구분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성애자보다는) 더 낫다. 남자와 짝을 짓는 남자들이나 여자와 짝을 짓는 여자들은 짐승만도 못하다(If men mate with men and women mate with women they are worse than animals)."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게 문화적으로 관대한 편이고, 성적 소수자 인구도 많은 편인 필리핀의 게이 커뮤니티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닐라에 위치한 동성애자들을 위한 교회의 목사 카케이 파마란(Kakay Pamaran)은 AFP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카케이 파마란 - "내 생각에 파퀴아오는 복싱 외적인 부분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파퀴아오의 비하 발언은)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파퀴아오에게 좀 더 많은 성적 소수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이들에 대한 편견을 좀 줄이도록 충고하고 싶다."


공개적인 동성애자인 필리핀의 유명 코미디언 바이스 간다(Vice Ganda)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PrayforMAnnyPacquiao (파퀴아오를 위해 기도를)이라는 해쉬태그와 함께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업로드했다.


바이스 간다 - "어떤 사람들은 미사나 예배에 참석하고 성경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자신이 마치 신이라도 된 것마냥 남을 함부로 재단하려 든다. 필리핀 하원에 필요한 것은 정치와 법의 전문가들이지, 눈 먼 예언자가 아니다."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을 총칭하는 이니셜)들은 사람이다.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다. 우리는 성자가 아니지만 파퀴아오를 위해 기도를 바칠 것이다."


최근 동성 결혼식을 올린 필리핀의 뮤지션 아이자 세구에라(Aiza Seguerra)는 파퀴아오를 '무식하고, 편견으로 가득한 위선자(ignorant, bigoted hypocrite)'라고 비난하며 파퀴아오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메세지를 전했다.


아이자 세구에라 - "파퀴아오, 당신은 우리 조국을 대표하여 수많은 자랑스런 일을 해냈지만, 당신의 이번 발언은 당신에게 투표해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필리핀 전체에 증명했다."


정치권에서도 파퀴아오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필리핀 상원을 노리는 야권 연합에서는 파퀴아오의 발언에 대한 공개적 비판 성명을 발표했으며, 또다른 상원 후보 월든 벨로(Walden Bello) 또한 "파퀴아오는 위대한 복서지만 성적 평등에 대한 그의 관점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라는 메세지를 SNS에 게시했다.









이번 동성애 비하 발언으로 인한 파문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퀴아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스타그램에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남겼다.


매니 파퀴아오 - "나는 육신의 욕망보다는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이다. 그 누구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성경에 쓰여진 진리를 그대로 말했을 뿐이다. 성경의 진리는 나를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바꿔놓았다. 코린토서 6:9 - "9. 불의한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모르는가? 착각하지 말라. 불륜을 저지르는 자도 우상 숭배자도 간음하는 자도 남자를 탐하는 자도 하나님의 나라를 얻지 못하리(Or do you not know that wrongdoers will not inherit the kingdom of God? Do not be deceived: Neither the sexually immoral nor idolaters nor adulterers nor men who have sex with men.)" 모두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내리길."




그러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파퀴아오는 결국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과 메세지를 담은 영상을 업로드했다.


매니 파퀴아오 - "동성애자들을 동물에 비교한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입힌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 내 발언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파퀴아오는 이후 AP통신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성적 소수자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할 의도는 아니었으며, 단지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매니 파퀴아오 - "나는 동성애자들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 사촌 중 한 명은 게이이며, 이웃과 친구들 중에서도 게이인 사람들이 여럿 있다. 나는 그저 동성 결혼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싶었을 뿐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 파퀴아오는(링크) 정치적 문제에서도 철저히 종교적 도덕관에 따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파퀴아오는 성병 예방 및 인구 조절 문제를 위해 빈곤층에게 무료로 콘돔을 나눠주는 법안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다.


뒤늦게 사과하긴 했어도 파퀴아오의 근본적인 믿음이나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파퀴아오는 해당 발언 이후 필리핀 미디어 래플러닷컴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나는 동성애자들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을 비판한 것이다. 동성 결혼에는 찬성할 수 없다. 동성애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내 신앙과 믿음에 타협하는 짓은 절대로 할 수 없다."






필자는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딱히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파퀴아오의 이번 발언과 이후의 행보는 매우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5년 미국 대법원이 미국 내 50개 주 전체에 동성 결혼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등 서구 문화권에서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움직임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실제로 파퀴아오의 이번 발언은 서구권에서 복싱, 스포츠 미디어뿐만이 아니라 BBC, CNN, 가디언 등 주류 매체에서도 이 사건을 실시간으로 보도할 정도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은 성적 소수자 인구가 많고 문화적으로도 이들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유명한데, 2014년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성인 인구의 73%가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아무리 파퀴아오가 필리핀 내에서 종교적 숭배 수준으로 추앙받는 인물이고, 뒤늦게나마 사과했다 해도 이번 발언의 여파는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말했듯이(링크) 파퀴아오는 합리적인 사고나 판단력이 부족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으며,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종교에 과도하게 심취하면서 문제가 되는 행보를 여러 번 선보였고, 이로 인해 선하고 긍정적인 대중적 우상으로서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실추시켰다. 만일 파퀴아오의 곁에 대중에게 노출되는 그의 모습과 행보를 잘 관리할 능력이 있는 동업자가 있다면 자연인 파퀴아오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편견을 갖고 있건 상관없이 그의 긍정적 이미지를 잘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