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UFC on FOX / 루슬란 vs. 마티셰, 크로포드 vs. 둘로메 / 차베스 JR. vs. 폰파라 /  HBO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특집 Review


※ 몇 시간 동안 4개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서없이 적은 감상문이기 때문에 편의상 음슴체로 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UFC on FOX: 료토 마치다 vs. 루크 락홀드 外


- 개인적으로 맥스 할러웨이는 코너 맥그리거에게 당한 1패 때문에 실력과 잠재성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경기에서 컵 스완슨을 잡으며 순식간에 페더급 컨텐더 반열에 이름을 올림. 복잡한 가정사도 있고 젊은 나이에 싱글대디로서 어린 아들을 혼자서 키우는 선수라 인간적으로도 관심이 많이 많이 가는데 잘 풀렸으면 좋겠다.


- 반면 컵 스완슨은 상당히 안쓰럽게 됐는데…페더급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상대로 6연승을 거둔 시점에서 스완슨이 타이틀 샷을 받을 명분이 충분하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UFC는 돈을 택했음. 스완슨은 말로는 '내가 계속 이기면 UFC도 날 무시 못할 거 아냐?'라며 담담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타이틀 샷을 받을 명분이 가장 확실하던 상황에서도 선택받질 못했는데 정상적인 모티베이션이 유지될 수가 있을까. 이만큼이나 했는데도 안된다면 대체 얼마나 더 해야 한단 말인가…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음. 오늘 스완슨의 패인이 전부 모티베이션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자본의 논리란 것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커리어의 정점을 찍다가 한순간에 2연패를 당해서 위기에 빠진 스완슨을 보니 참 마음이 그렇다.


- UFC가 이번에 공중파 대회에서 마치다 vs. 락홀드를 부킹한 것은 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 UFC의 뉴욕 진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시점에서 뉴욕 대회의 메인 이벤터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한 크리스 와이드먼의 다음 상대 또한 기대를 모으는 상황인데, 절묘한 타이밍에 공중파 대회에서 미들급 컨텐더간의 경기를 메인, 코메인으로 방송함. 하필 로메로가 부상으로 나가리되는 바람에 한 쪽은 망했지만…락홀드가 UFC 올타임 그레이트 중 하나인 마치다를 원사이드하게 잡는 놀라운 장면까지 연출하면서 차기 미들급 타이틀전에 대한 기대감까지 한껏 올려놓음. 개인적으로 료토를 좋아해서 좀 안타까운 결과이긴 하지만…어쨌든 이런 결과가 훨씬 신선하고 업계 전체에는 더 좋지 않을까 싶음.


UFC의 대표적인 뉴요커 파이터 크리스 와이드먼이 며칠 전 인터뷰에서 첫 뉴욕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데이나 화이트도 그저께 인터뷰에서 UFC 194 개최지를 메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정했다는 말을 언론에 흘렸고, FOX 해설석에 아예 와이드먼을 부름 ㅋㅋㅋ 와이드먼이 나오는 미들급 타이틀전을 첫 뉴욕 대회의 헤드라인으로 밀어주기 위한 포석을 짜놓고 있는 것으로 보임. 뉴욕 주의 MMA 합법화라는 이슈+메디슨 스퀘어 가든의 첫 뉴욕 대회+공중파 대회를 통한 Hype까지 착착 퍼즐을 짜맞춰나가는 것으로 생각되는데...부디 중간에 부상이나 다른 문제로 어그러지는 일만 없으면 좋겠음.


- 현 분위기상 루크 락홀드에게 미들급 타이틀샷을 주는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데이나 화이트는 '아직까지 락홀드와 자카레 중 누구에게 기회를 줄지 정하지 않았다.'라며 결정을 피하는 중. 아마도 12월 뉴욕 대회까지는 텀이 꽤 남았고 자카레 vs. 로메로도 물 건너가면서 상황이 약간 꼬인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음.


- 락홀드의 경기 직후 인터뷰. '내 입장곡을 들었다면 알겠지만 난 세계 최고다. 난 내 할 일을 했으니, 와이드먼 너도 네가 할 일을 해라(비토를 이겨라).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역사를 새롭게 쓰자.' 확실히 이슈가 될만한 부분을 잘 짚고 있는 것 같음.


- 기자회견에서 락홀드가 자카레에게 UFC 187 코메인처럼 뭔 일이 생길지 모르니 우리 둘 다 부상 당하지 말고 몸 조심하자는 말을 하면서 주먹인사를 건네는데 보면서 터졌음 ㅋㅋㅋ


- FOX 방송 출연 때문에 정장을 입은 채로 락홀드의 세컨에 선 대니얼 코미에. 예상대로 대회가 끝나자마자 FOX의 분석팀 해설석에서 바로 옆에 앉은 와이드먼을 도발함 ㅋㅋㅋ


- 크리스 와이드먼 "락홀드는 료토 마치다를 상대로 아주 잘하긴 했지만 난 마치다와는 다름. 나와의 경기는 완전히 다를 것. 락홀드는 어떤 한 분야의 특별한 전문가가 아님. 하지만 나는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임. 락홀드는 날 상대로 어려움을 겪게 될듯."








HBO: 루슬란 프로보드니코프 vs. 루카스 마티셰 / 테렌스 크로포드 vs. 토머스 둘로메 더블 헤드라인


- 크로포드는 월장 시기를 참 잘 잡은 것 같음. 작년에 번스-감보아-벨트란 3연속으로 정리하면서 라이트급을 완전 쓸어담고 올해의 선수 후보 명단에도 심심찮게 이름을 올렸는데 분위기를 탔을때 좋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140파운드 체급으로 참 적절하게 월장함. WBO가 족보를 무시하고 크로포드에게 타이틀 샷을 준 덕분에 월장하자마자 바로 2체급 제패에 성공했는데 이후 행보가 기대됨. 좋아하는 선수가 이렇게 잘 풀리니까 참 기쁨.


- 크로포드 vs. 둘로메와 루슬란 vs. 마티셰는 각각 다른 장소에서 진행된 경기이기 때문에 해설진 구성도 달랐는데, 전자는 로이 존스 주니어가 분석을 맡고 후자는 버나드 홉킨스가 분석을 맡았음. 로이 존스는 HBO 해설석에서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 왔고, 지난 달 코발레프 vs. 파스칼 경기에서 홉킨스의 해설도 제법 호평을 받았는데, 선수 시절에도 라이벌 구도였던 이 둘이 해설석에서도 묘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것 같아서 상당히 흥미로웠음.


- 루슬란 vs. 마티셰 경기의 배점 때문에 좀 말이 나오는 상태인 것 같고, 특히 114-114 무승부를 준 HBO 헤롤드 레더만의 배점이 논란이 되는 것으로 보임. 근데 미국 현지 쪽은 무승부나 1~2라운드 차이로 마티셰의 승리라는 판정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인 것 같음. 맥스 켈러만도 싸움은 마티셰가 이겼지만 라운드별 채점은 무승부가 맞는 것 같다고 언급했고, 현지 기자들도 판정 결과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


- 루슬란이 초반 2라운드에서 워낙 원사이드하게 당하면서 왼쪽 눈이 부어오른 데다가 잠시 후 생긴 버팅 때문에 오른쪽 눈까지 찢어졌고, 게다가 잽 싸움과 정타 수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싸움'에서는 마티셰의 압승이라는 느낌을 많이 줬지만, 라운드별로 채점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한쪽에게 확실하게 배점을 줄 만한 라운드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보니 막상 채점 결과는 무승부거나 마티셰의 아주 근소한 승리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함. '싸움'의 분위기와 라운드별 채점의 결과에서 괴리가 심한 이런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이번 시합도 그런 경우인 것 같음.


- 루슬란 vs. 마티셰 계약서에서 2차전 관련 조항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 루슬란 쪽에서도 재시합을 원한다고 밝힌 상태. 하지만 오스카 델 라 호야는 양 선수의 경기력이 꽤 차이가 났고 게다가 마티셰는 웰터급으로 월장할 것이라고 응답함. 마티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승자를 원한다고 했는데, 2013년에 가르시아를 이겼더라면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글쎄…







쇼타임: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Jr. vs. 안드리 폰파라


- 차베스 주니어는 체중 맞추는 걸 감당을 못해서 미들급에서 수퍼미들급으로 한 체급 올렸다가 그마저도 안 되니 라이트헤비급으로 월장하려는 낌새였는데, 마침 얼마 전부터 차베스 주니어가 이 경기에서 이기면 아도니스 스티븐슨을 상대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흘러나오기 시작함. 스티븐슨 vs. 코발레프가 당분간은 성사되기 어려워보이는 상황에서 멕시칸 팬층이 두터운 차베스 주니어의 라이트헤비급 월장은 알 헤이먼이 꽤 요긴하게 써먹을 법한 카드였는데 차베스 주니어가 알아서 판을 엎어버림. 라헤 타이틀 샷 내놔! 드…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 차베스 주니어는 얼마 전에 골로프킨에게 수퍼미들급 아니면 170파운드 계약 체중이 자기 체급이니 싸우고 싶다면 여기로 올라오라...그런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살다살다 계약체중이 자기 본 체급이라고 하는 선수는 처음 봤음. 그런데 오늘 172파운드 계약체중 경기에서는 폰파라에게 일방적으로 털리고 하는 말이 '9라운드 전까지는 내가 이긴 경기였음. 폰파라는 너무 컸고 이건 불공정한 경기니까 제대로 체급을 맞춰서 재시합을 하자' 이런 식인데…경기장에 맥주를 집어던지던 관중들의 반응이 딱 그 말을 듣는 사람들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 같더라.







<At Last>: HBO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특집 프로그램


- 명불허전 HBO. 특히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관련 언론들의 헤드라인과 함께 <At Last(마침내)...>라는 카피가 떠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전율이었음. 지난 6년간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진행 과정을 쭉 다루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짚으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균형을 잡는 진행 방식에도 감탄함. 역시 HBO는 HBO구나. 복싱 쪽 비즈니스에서는 근 몇 년 동안 아쉬운 선택을 많이 하면서 주도권을 많이 내준 상태지면 영상물 뽑아내는 능력은 명불허전이었음. 


-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진행 과정에 대해 막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입문용으로 접해도 좋을듯. 다만 역시 HBO 방송이라서 메이웨더가 쇼타임으로 건너한 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음.


-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성사 직후 방송사, 프로모터, 언론, 선수 측에서 모두 협상 성사의 일등공신으로 꼽은 인물이 레스 문버스인데, 라이벌 네트워크인 HBO의 프로그램에서 이 점을 짚고 넘어갔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깊었음.







지금까지 격투 스포츠 팬으로 살면서 이런 퀄리티 있는 프로그램을 하루 동안 무려 5~6시간 연속으로 즐길 수 있었던 적이 있었나 모를 정도로 풍성한 하루였음. UFC on FOX 끝나자마자 크로포드 vs. 둘로메, 루슬란 vs. 마티셰로 넘어가고, 그 다음에는 HBO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특집, 차베스 vs. 폰파라로 넘어가서 끝날 때까지 즐기고…FOX에서 복싱 대회와 안 겹치게 편성한 것 같은데 방송사들이나 팬들이나 모두 윈윈이었던 것 같음.


복싱계와 MMA계 모두 작년 한 해 동안 침체 분위기였다가 올해 들어 활력을 되찾고 앞으로도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도 이런 즐길 거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됨. 3월에 PBC가 킥오프한 이후로 매주 주말마다 볼만한 매치업이 나오는 중이고 이런 기세는 5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임.





'Bodega >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캅뽕에 취한다  (3) 2015.04.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