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알 헤이먼의 PBC (Premier Boxing Champions)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월 미국의 지상파 채널인 NBC의 타임 슬롯을 사들이면서 계약을 체결하기 무섭게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갔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알 헤이먼이 계약을 체결한 지상파 채널만 해도 벌써 3 곳이나 되었습니다. (NBC, FOX, CBS) 복싱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투자였던 만큼 지상파 채널뿐만이 아닌 여러 케이블 채널에서도 PBC 대회가 중계되기 시작했고, 지난 3월부터 12월까지 열렸던 PBC의 평균 대회 숫자는 무려 4.8개였습니다. TV 시청자들은 거의 위클리 쇼 급으로 PBC 복싱 대회를 시청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알 헤이먼의 공격적인 투자에는 복싱 관계자들이나 팬들 사이에서 의문이 증폭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익 구조였는데, 알 헤이먼이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선수들의 기본 파이트 머니는 다른 복싱 프로모션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었고, 결국 PBC 대회마다 수익보단 지출이 더 많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복싱계에서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는 알 헤이먼이다보니 탑 랭크의 수장인 밥 애럼이나 메인 이벤트 프로모션의 CEO인 캐티 듀바 모두 알 헤이먼의 행보에 비난을 일삼곤 했죠. 밥 애럼은 최근에도 알 헤이먼의 PBC 프로젝트를 많은 투자에 비해 이루어 낸 것은 매우 조금뿐인 프로젝트라며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담 PBC 프로젝트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PBC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PBC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캔자스 투자 회사인 워델 & 리드가 알 헤이먼의 사업인 프리미어 복심 챔피언스에 투자한 금액이 (추산치) 무려 4억 2,500만 달러에서 5억 2,500만 달러라고 합니다. 알 헤이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일부 복싱 기자들은 이 페이스대로라면 PBC 프로젝트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매우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바고 있습니다.

투자의 규모가 너무나도 큰 반면, 현재 PBC 프로젝트가 벌어들이는 수익 구조는 낮은 편입니다. 복싱 대회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 루트 중 하나인 게이트 수익은 높지 않은데, 바로 지난 달에 있었던 대니 가르시아 vs. 로버트 게레로의 대회 같은 경우만 해도 게이트 수익이 고작 $508,620에 그치면서 새해에도 딱히 나아지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광고 수익 부분은 작년 3월에서 9월까지 있었던 모두 27개의 PBC 대회가 벌어들인 액수가 총 1,250만 달러였으며, 이는 대회당 평균 $462,963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이외에도 스파이크 TV로부터 벌어들인 라이센스 비용 등이 있는데, 예로 스파이크 TV 같은 경우는 3월 13일 (베르토 vs. 로페스) 에 있었던 대회와 5월 29일 (칸 vs. 알지에리) 에 있었던 대회를 위해 백만 불 단위 규모의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역시 PBC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입니다.

PBC 대회의 시청률도 전체적으론 사정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지상파 채널에서 열렸던 PBC 대회들의 시청률은 무난한 편이었지만, 스파이크 TV나 폭스 스포츠 1에서 열린 대회는 메인 이벤터들의 인지도 부족으로 인한 탓이었는지 시청률이 대체로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ESPN에서 열린 PBC 대회들도 지난 하반기 대회들은 매우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죠. 현재 복싱계에서 유명한 선수들이 메인 이벤터로 나선 PBC 대회들은 시청률이 높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메인 이벤터로 나섰을 때 기록하는 시청률의 차이는 컸습니다. 팬들 사이에선 너무 많은 대회가 TV를 통해 중계되다 보니 오히려 이게 독이 되어 시청률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곤 했습니다. 재밌게도 이러한 반응은 몇 년 전 현지 UFC 팬덤 사이에서도 나온 바 있었습니다.

한가지 긍정적인 점은, PBC 대회의 시청자를 분석했을 시 가장 중요한 연령대인 18세에서 49세 사이의 청장년 사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부분입니다. 또한, 다른 인종에 비해 흑인과 라티노층의 시청자 수가 많이 늘기도 했습니다. PBC 역시 가장 중요한 연령대를 잡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데, 지난 1월 FOX에서 있었던 대니 가르시아 vs. 로버트 게레로는 홍보 영상부터 프로덕션까지 젊은 시청자를 겨냥하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복싱계에서 PBC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과 극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알 헤이먼을 싫어하는 관계자들은 PBC 프로젝트를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밖엔 더 되냐면서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있지만, PBC 프로젝트 자체가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벌써 결과를 운운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 알 헤이먼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 측의 의견입니다. 쇼타임 채널의 부회장인 스티븐 에스피노자도 사람들이 PBC 프로젝트가 고작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잊곤 한다면서, 9개월 만에 시청자 수를 확보하고 스폰서를 구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PBC 대회들의 광고 수익 역시 높아질 것은 물론 이젠 노하우가 생겼으니 올해 PBC 프로젝트는 더 성공적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UFC의 데이나 화이트 역시 알 헤이먼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서 덕담을 해주기도 했지요.

스파이크 TV의 회장인 케빈 케이는 젊은 MMA 시청자층을 복싱으로 유입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BC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언급하기엔 아직은 이른 시점이라 PBC 프로젝트는 시청률을 뽑아야 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현재 PBC 프로젝트의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UFC의 데이나 화이트가 과거 알 헤이먼의 투자를 보고 언급을 했을 때를 비롯해 몇몇 업계 관계자들과 복싱 팬들은 PBC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방향성을 UFC에 빗대어 유사하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PBC 역시 엄청난 액수를 지불해서 특정 방송국의 타임 슬롯을 샀으니, 시청률이 꾸준하게 나오기 시작하면 대표 선수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PPV 시장에 진출하거나, 혹은 UFC가 FOX와 계약을 체결했던 것처럼 방송국으로부터 큰 액수를 보장받는 계약을 체결하여 중계되는 것이 최종 목표일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PBC 관계자로부터 투자 규모가 공개되자 복싱 팬이나 관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지만,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PBC 프로젝트는 여전히 투자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2월 9일과 2월 16일에 있을 PBC 대회는 모두 폭스 스포츠 1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며, 3월 12일에는 지상파 채널인 CBS에서 키스 서먼 vs. 숀 포터의 경기가 확정된 상황입니다. 4월에는 지상파 채널인 NBC를 비롯해 스파이크 TV에도 중계가 잡혀있으며 (스파이크 TV를 통해 중계될 PBC 대회에는 애드리언 브로너가 메인 이벤터로 나서게 된다고 합니다), 올여름에는 ESPN 에서도 다시 중계 일정이 잡혔습니다.

관계자들은 PBC 프로젝트가 전년도보다 더 나은 시청자 수를 확보해주길 바라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알 헤이먼을 지지하는 파는 비록 투자 액수가 크더라도 평가를 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니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며 느긋한 태도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알 헤이먼을 반대하는 파는 투자 액수가 큰 반면, 뽑아내고 있는 결과는 너무 터무니없이 적으니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태도로 지켜보고 있는데요. 이렇게 지난 몇년간 최고의 이슈메이커였던 플로이드 메이웨더 Jr. 가 은퇴한 현재 복싱계에선 상반된 두 개의 시선이 PBC 프로젝트에 모여지고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