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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레프 vs. 워드: 경기는 끝났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Boxingscene 필진 David P. Greisman이 코발레프 vs. 워드 판정 논란에 관해 작성한 칼럼을 번역. 해당 논란에 대해 가장 잘 정리한 글이라고 판단하여 번역해서 소개합니다.




경기는 끝났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 칼럼의 내용은 당신이 내린 결론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코발레프 vs. 워드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경기였지만 말이다. 이 경기는 대단히 근소한 접전이었다. 그리고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는 크게 세 부류의 의견이 있다.


첫째로, 코발레프가 워드를 확실하게 제압했으며, 다른 합리적인 결론은 전혀 없고, 이견이 있는 사람들은 복싱 경기를 채점할 줄 모르며, 판정단이 코발레프의 승리를 빼앗아갔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둘째, 판정단과 마찬가지로 워드가 매우 근소한 라운드가 많았던 접전에서 승리를 가져가기에 충분한 경기를 했으며, 덕분에 채점표에서 1점 차이로 어렵게 승리를 거뒀다고 보는 사람들.


셋째, 필자와 마찬가지로 코발레프가 우세한 경기를 했다고 봤지만 판정단의 채점에 딱히 큰 의문이나 불만은 없이 납득한 사람들.


이는 단순히 판정단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떻게 경기를 채점하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복싱은 보는 사람의 주관에 큰 영향을 받는 문제다. 


대부분의 라운드는 채점하기 쉽다. 그런 경기에서는 확실한 승자가 나오고, 어느 한 쪽이 압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가끔씩은 근소한 경기가 나온다.


필자는 한 선수가 라운드를 가져갔지만 매우 근소한 차이였다는 생각이 들면 그 라운드를 '애매한 라운드(a swing round)'로 표기한다. 경기가 끝나면 그 '애매한 라운드'들을 돌이켜보며 혹시 뒤집힐 여지는 없는지 되짚어본다. 물론 완벽한 방식은 아니며, 애초에 나 자신이 완벽한 사람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 방법은 내가 납득할 만한 채점의 범위를 깨닫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코발레프 vs. 워드 경기의 공식 판정단이었던 존 맥케이, 버트 클레멘츠, 글렌 트로브리지 세 사람은 모두 114-113 워드 승을 채점했지만 채점한 방식은 각기 달랐다. 세 사람은 8개의 라운드에서만 의견이 일치했다.


판정단 3인은 1, 2라운드를 모두 코발레프에게 줬으며, 코발레프가 워드를 다운시킨 2라운드는 역시 모두 10-8로 채점했다.


맥케이와 트로브리지는 3라운드를 코발레프에게 줬으며, 클레멘츠를 워드에게 줬다.


판정단 3인은 4라운드를 모두 코발레프에게 줬다.


맥케이와 클레멘츠는 5라운드를 워드에게 줬고, 트로브리지는 코발레프에게 줬다.


맥케이와 트로브리지는 6라운드를 코발레프에게, 클레멘츠는 워드에게 줬다.


경기가 절반에 다다른 시점에서, 맥케이와 트로브리지는 다섯 라운드를 코발레프 우세로 판정하며 59-54로 채점했고, 클레멘츠는 58-55로 네 라운드를 코발레프 우세로 판정했다.


경기의 후반부에서 판정단 3인은 매우 근소한 라운드의 대부분을 워드의 우세로 채점했다.


판정단 3인은 7, 8, 9라운드를 모두 워드에게 줬다.


그런데 판정단 3인은 10라운드도 워드의 우세로 채점했고, Boxingscene의 명망 있는 기고가 클리프 롤드는 이 대목을 지적했다. 롤드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워드가 10라운드를 이긴 것으로 채점한 것은 결코 좋지 못한 판정이다. 워드가 흐름을 주도했지만 끊임없는 결과물이 나온 이 라운드의 후반부에서 코발레프는 더 많은 잽을 맞추며 상대에게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판정단 3인은 11라운드를 모두 워드에게 줬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맥케이와 트로브리지는 이 경기를 104-104 동점으로 채점했고, 클레멘츠는 105-103 워드 우세로 채점했다.


클레멘츠는 마지막 라운드를 코발레프 우세로 채점했고, 맥케이와 트로브리지는 워드 우세로 채점했다.


필자가 '애매한 라운드'로 표시한 라운드 중에서 코발레프에게 준 것은 3, 5, 6라운드였다. 그리고 워드에게 준 12라운드 또한 '애매한 라운드'로 표기했다.


그리고 위의 '애매한 4개 라운드'는 정확하게 판정단 3인의 의견이 각각 달랐던 라운드와도 일치한다.






공식 채점표를 살펴보면, 코발레프는 7개의 라운드에서 판정단 중 최소 1인의 선택을 받았다. 1, 2, 3, 4, 5, 6, 12라운드에서 말이다. 그리고 만일 클리프 롤드의 지적대로 코발레프에게 10라운드를 준다면 그는 총 8라운드를 가져간 것이 된다. 그렇게 판단하면 코발레프는 116-111 판정승을 거두는 것이 된다.


필자는 코발레프에게 일곱 라운드를 줬고 115-112 코발레프가 나왔지만 '애매한 라운드'였던 12라운드를 그에게 준다면 역시 116-111 코발레프가 된다. 그러나 코발레프에게 간 '애매한 라운드' 3개를 워드에게 준다면 점수는 116-111 코발레프에서 114-113 워드가 된다. (물론 워드가 애매한 3개 라운드를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아마 3개 중 2개 정도는 워드가 가져갈 만 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필자의 의견일 뿐이다.






RingTV.com의 더글라스 피셔는 이 경기를 유난히 큰 점수차인 117-110 코발레프 승리로 채점했다. 야후스포츠의 케빈 아이올리는 114-113 워드 승리로 채점했다.


클리프 롤드는 처음에 이 경기를 115-112 코발레프로 채점했지만, 경기를 다시 시청한 후에는 114-113 코발레프로 조정했다. 그는 경기를 다시 채점할 때에도 3라운드를 코발레프에게 줬다. 필자 또한 이 라운드를 코발레프에게 줬지만 확연한 격차가 있는 라운드는 아니었기 때문에 '애매한 라운드'로 채점했다. 만일 그가 이 라운드를 워드에게 줬다면 결과는 114-113 워드 승리로 뒤집히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애매한 라운드가 그렇게 많았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드를 승자로 채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The Fight City의 리 존 와일리는 경기를 처음 관전할 때 따로 채점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로 시청할 때에는 라운드별로 채점했는데, 그 결과 1, 2, 4, 5, 6, 10, 12라운드를 코발레프에게 줬고, 3, 7, 8, 9, 11라운드를 워드에게 줬다. 그는 5라운드는 워드에게 갈 수도 있지만 나머지 라운드는 채점하기 쉬웠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채점에 동의했지만, 코발레프에게 간 6라운드를 나는 '애매한 라운드'로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걸 뒤집을 수도 있다. 워드의 승리로 채점하는 데는 굳이 모든 '애매한 라운드'를 줄 필요까지도 없다.


리 존 와일리가 코발레프가 이겼지만 '애매한 라운드'라고 기록했던 5라운드를 워드에게 준다면 점수는 115-112 코발레프에서 114-113 코발레프가 된다. 그리고 그가 코발레프에게 준 12라운드는 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워드에게 준 라운드인데, 이를 뒤집으면 114-113 워드로 승자가 뒤바뀌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칼럼의 내용이 당신의 결론을 바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길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논란이 격해지는 것은 기쁘면서도 우려되는 일이다.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많은 사람이 여러 라운드의 채점을 두고 의견이 갈린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본 것만 옳다고 확신하고 있다.


통계는 전부가 아니다. 그렇지만 3라운드에서 코발레프는 컴퓨박스의 집계 결과 5회의 펀치를 적중시켰던 워드보다 적은 4회를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라운드를 가져갔다. 이 경기에서는 라운드 전체를 통틀어 단 242회의 펀치만이 적중했다. 코발레프는 126회로 라운드당 평균 10.5회를 기록했다. 워드는 116회로 라운드당 9.67회를 기록했다.


적중한 펀치의 상당수는 잽이었다. 코발레프가 적중시킨 잽은 48회로 그가 적중시킨 펀치의 38%였다. 워드가 적중시킨 잽은 55회로 그가 적중시킨 전체 펀치의 47%였다. 코발레프는 총 78회의 파워 펀치, 라운드당 6.5회를 적중시켰고, 워드는 총 61회, 라운드당 평균 5회의 파워 펀치를 적중시켰다.


물론 라운드 중에는 코발레프가 더 많은 펀치를 맞춘 것도 있고, 워드가 더 많이 맞춘 것도 있다. 그리고 파워 펀치라고 해서 다 같은 것도 아니다. 코발레프의 펀치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코발레프의 파워 펀치가 모두 같은 결과를 낸 것도 아니었다.





복싱은 보는 사람의 주관성이 매우 강하게 개입하는 스포츠다.


필자는 누가 이기는지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누가 이겼는지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기고가로서 필자의 바람은 그저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 뿐이다. 또한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바란다. 내 예측이 맞아떨어졌는지는 개의치 않는다. 필자는 워드의 승리를 점쳤으나 경기는 예상과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필자는 코발레프의 승리를 채점했다. 물론 필자의 관점 또한 완벽함과는 꽤나 거리가 있을 것이다.


이 경기에 대한 예상은 대체로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압도할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컸다. 코발레프의 파워를 워드가 조금도 감당하지 못한다거나, 워드의 기술이 코발레프를 압도할 것이라고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의 예상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코발레프는 자신의 기술을 통해 그의 무시무시한 파워를 더욱 위협적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아주 영리하고 까다로운 복서를 상대로 말이다. 워드는 이에 잘 대응했고 코발레프를 막아냈다(다시 말하지만, 코발레프의 스탯을 확인해보라). 그러나 워드는 자신의 제한된 기회와 결과물을 통해 겨우 살아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류의 경기는 라운드가 3분 전체가 아니라 매우 짧은 몇몇 순간에 의해 결정된다. 골라낼 만한 무언가가 이토록 적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무언가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무언가를 보게 된다. 이는 한때 인터넷을 뒤흔든, 똑같은 드레스가 어떤 사람에게는 검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것으로 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금색과 흰색이 섞인 것으로 보이던 착시 현상과도 비슷하다. 


경기는 끝났지만 싸움은 계속된다. 결국 복싱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가 직접 맞붙기 전의 5년 동안 이런 부류의 논쟁을 계속해 왔다. 우리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서 상대를 비방하고 그들이 명백한 진실을 보지 못한다며 고개를 젓고는 한다.


중요한 문제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경기의 결과는 편파판정(a robbery)이 아니다. 그저 근소한 수싸움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 나왔을 뿐이다.


바로 그 때문에 가끔씩은 재경기 조항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2차전이 치러진다고 해서 1차전의 승자는 누구인지 확실하게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두 선수들에게 좀 더 확실한 승리를 거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재경기를 치르자. 그렇게 해서 1차전의 판정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도록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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