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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 동성애 비하 논란 관련 정리: 밥 애럼 "나라도 나이키처럼 했다" / 파퀴아오의 선거법 위반? 外




동성애자들을 '동물보다 못하다(worse than animal)'라고 발언한 매니 파퀴아오의 발언은 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태가 파퀴아오에게 있어서 매우 치명적인 이유는 그간 무슨 일이 있어도 파퀴아오를 굳건히 지지하던 팬 베이스인 필리핀인들조차도 파퀴아오에게 점점 등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뉴욕에 거주 중인 필리핀계 환경운동가 아리에스 델라 크루스(Aries Dela Cruz)는 나이키에게 파퀴아오와 체결한 스폰서쉽 계약을 파기할 것을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해당 서명운동에는 4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참했으며, 이 중에는 유명 필리핀계 공연예술가인 칼로스 셀드란(Carlos Celdran) 다수의 필리핀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매니 파퀴아오의 동성애 비하 발언이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후, 나이키는 결국 파퀴아오와 체결한 스폰서쉽 계약을 파기했다고 발표했다. 나이키는 파퀴아오의 비하 발언이 매우 혐오스러우며(abhorrent), 자신들은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한 권리를 지지하기 때문에 파퀴아오와 체결한 계약을 파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을 밝혔다.


나이키는 이전부터 LGBT(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해 온 기업이었다. 지난 2013년 나이키는 스포츠계의 다양성 및 성소수자에 대한 나이키의 지지 의사를 담은 '#BETRUE' 컬렉션을 발표했으며, 같은 해에는 LGBT 스포츠 연대에 20만 달러를 기부한 적도 있다. 또한 나이키 CEO 마크 파커는 인디애나주에서 동성애 차별법이 통과된 후 공개적인 비판 성명을 밝힌 적도 있었다. 

파퀴아오가 이런 나이키의 성향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이키가 파퀴아오의 발언에 대해 이러한 행보를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파퀴아오의 동성애 비하 발언 이후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은 나이키만이 아니다. 파퀴아오는 지난 2012년 원더풀 컴퍼니(The Wonderful Company)의 상품 '원더풀 피스타치오스'를 홍보하는 CF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파퀴아오의 발언이 논란이 된 후 해당 기업 측에서는 자신들이 파퀴아오와 전혀 연관이 없으며 그의 발언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스티븐 클락(원더풀 컴퍼니 대변인) - "원더풀 피스타치오는 현 시점에서 파퀴아오와 아무런 연관도 없으며, 그의 주장 또한 우리의 의견과 완전히 다르다. 원더풀 피스타치오는 다양성과 평등을 지지하며, 또한 전 세계 모든 곳의 평등한 결혼 권리를 지지한다."




파퀴아오는 현재 여러모로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파퀴아오의 프로모터 밥 애럼마저 파퀴아오의 발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나이키의 결정마저 지지한다는 뜻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밥 애럼 - "파퀴아오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나이키의 선택은 적절했다. 내가 나이키 쪽 사람이었어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파퀴아오의 발언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나는 동성 결혼과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지지한다. 내 친지들, 특히 캘리포니아와 헐리웃 쪽에는 동성애자들이 여럿 있다. 파퀴아오의 발언은 그들에게 있어서 무례한 짓이며 매우 우려스럽다."









파퀴아오의 발언은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사들에게도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NBA 레전드 매직 존슨은 본인의 SNS를 통해 파퀴아오의 계약을 파기한 나이키의 선택에 지지 의사를 표하며, 앞으로 파퀴아오의 경기를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매직 존슨 - "동성애자는 동물보다 못하다고 발언한 파퀴아오와 맺은 계약을 파기한 나이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동성애자들을 포함한 계층의 팬들이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경기를 응원하며 파퀴아오가 1억 달러의 돈을 벌게 해 줬다. 그들(동성애자)의 돈도 마찬가지로 돈일텐데 말이다. 나는 앞으로 파퀴아오의 경기를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인 푸에르토리칸 복서 올란도 크루스는 파퀴아오의 비하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고, 파퀴아오의 사과는 단지 정치적 목적일 뿐 진실성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올란도 크루스 - "동성애자를 동물에 비유한 파퀴아오의 발언은 매우 무책임하다. 나는 동성애자이지만 그가 내 삶을 자기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예수께서는 간음을 저지른 여인을 감싸며 말씀하셨다. '너희들 중 죄 없는 자만이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웃을 반드시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모두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욱 많이 깨우친 열린 세상에 살고 있다. 파퀴아오의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발언과는 다르게 말이다. 파퀴아오의 사과 발언에는 진실성이 없다. 그는 모든 일을 정치적 관점에서 행할 뿐이다."




세계적인 석학으로 유명한 필리핀 상원의원 후보 월든 벨로(Walden Bello)는 파퀴아오의 동성애 비하발언을 비판하는 동시에 그가 공직 선거인 5월의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앞두고 4월에 프로 선수로서 복싱 경기를 치르는 것은 선거법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월든 벨로 - "매니는 위대한 복서이며 나 역시 그의 팬이다. 하지만 상원의원 후보로서 그는 선거법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는 경기(브래들리 3차전)를 연기하거나, 아니면 상원의원 후보 자격 박탈을 감수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매니가 복서이자 세계적인 운동선수로서 스포츠맨쉽과 페어 플레이 정신을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 또한 상원의원 후보로서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선거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 누구도 미디어의 힘을 빌려서 불공정한 이점을 얻어서는 안된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설 수는 없다. 매니는 경기를 선거 이후인 5월 9일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




파퀴아오의 숙적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 또한 자신의 SNS 계정에 "동성애에 대한 파퀴아오의 발언은 매우 유감이다. 우리 모두는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메세지를 남겼다.






파퀴아오의 이번 발언이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관심을 얻고, 가톨릭 인구가 대다수인 필리핀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는 주장도 간혹 보이던데,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어렵다.


1. 우선 파퀴아오는 이미 몇 년 전에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개종했다. 파퀴아오가 유난히 종교에 집착하고 원리주의적인 면모를 보인 시점도 개신교로 개종한 이후의 일이다.


2. 필리핀이 가톨릭 신자가 많은 국가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필리핀은 '빠끌라'로 불리는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 인구가 매우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성소수자 인구가 많고, 사회적으로도 동성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인 국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공개적인 동성애 비하 발언을 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까?


3. 실제로 파퀴아오와 관련해서 무언가 논란이 되는 사안이 불거지면(혈액 검사, 어깨 부상 및 진통제 허가 문제 등) 타 국가 및 문화권과는 달리 무슨 일이 있어도 파퀴아오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띄었던 필리핀 여론도 이번 동성애 비하 발언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전에 쓴 글에서도 말했듯이 파퀴아오의 이번 발언은 매우 치명적인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파퀴아오가 저지른 실수들이 타 국가들에서 논란이 되었을지언정 필리핀 내에서 파퀴아오의 입지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번 동성애 비하 발언은 파퀴아오의 필리피노 지지 기반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파퀴아오의 이번 논란은 선거법 위반 문제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논란까지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후폭풍을 불러올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정계에서 파퀴아오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밥 애럼은 파퀴아오의 이번 발언이 브래들리 3차전의 PPV 판매량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잘 모르겠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렇게 헛소리를 하면서도 많은 지지를 받는 나라에 살고 있다. 누가 알겠는가?" 애럼의 이 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한데, 뒤집어서 말하면 파퀴아오가 동성애 비하 발언을 한 순간 그의 이미지는 트럼프에 비교할 만한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각계각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파퀴아오의 믿음은 변함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일 인터뷰에서 파퀴아오는 나이키 측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과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진리를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 진리를 감추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나는 내가 진리를 말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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